2003년 12월 30일 화요일

인연.

초급반에서 수업을 듣다가 후반부에 중급반에 며칠 나갔는데
어찌저찌하다가 중급반 회식자리에 함께 되었다.
후배가 사람들 얼굴도 익힐 겸 같이 모여 식사하고 놀자고 그런다.
 
저녁에 사람들을 만났는데 벨기에(여), 러시아(여), 미국(남), 일본(여1,남1),
그리고 한국(남3,여3)까지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이다.
모두들 중국어가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지라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데도 정신이 없다.
후배가 제일 말을 잘해서 알아서 적당한 음식들을 시켰다.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술도 몇 순배 돌고 하다보니 분위기가 고조된다.
후배의 제안으로 3,6,9게임을 했는데 모두들 즐거워한다.
게임도 국경은 없는 모양이다.
 
한참을 놀다가 맥도날드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집에 먼저 갈 사람들 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노래방에 갔다.
벨기에 친구 빼고는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으나
함께 팝송도 부르고 중국노래도 부르고 어우러졌다.
신나는 노래를 할 때는 춤도 추고 모두들 즐겁다.
 
노래방도 끝나고 벨기에 친구와 다른 한국 친구는 먼저 유학생 기숙사로 돌아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또 자리를 옮겨서 꼬치와 탕을 시켜놓고 술 마시며 얘기들을 나눴다.
 
중국에 온 뒤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과 함께 한 자리는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은 편하기도 하고 그런다.
이런 자리가 많아질수록 중국어 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을
모두들 잘 알고 있어서 다들 조심하는 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인연이란 것 참 묘하고 묘할 뿐이다.
한 번 스치기도 어려웠을 사람들, 중국에서 만나 인사하고 서로 이름이라도 알게 되는
이런 인연들이 개개인마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아주 커다란 인연의 덩어리가 느껴지는 듯도 하다.
 
헤어지고 만나는 인연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 일
나와 너의 보이지 않는 끈을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고
나와 너를 잘 바라볼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
오늘도 고마운 인연들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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