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달에 한국에 들어갔다가 새로운 일을 맡게 되었다. SICAF에서 Coordinator in China라는 직책을 준 것이다. 사실 영화제 일은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참 많이 한다. 물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법 찾기가 주가 되곤 한다. 또 한 편으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설레는 마음, 즐거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새로운 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최소한 새롭지 않다는 감정이 생기기 전까지는 즐거운 일임엔 틀림없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누구나 그랬듯이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새로움은 곧 시들게 마련이었고 익숙함으로 변하고 권태로움으로 변하면서 또 새로운 무언가를 갈구하고 또 갈구했다. 그 갈구함의 현재 진행형이 바로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이번에 맡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이다.
어디엔가 안정을 하지 못하는 것도 그리 좋은 습성은 아니지만 어느 한 곳에 머물면서 기계적으로 되가는 것은 더더욱 싫다. 물론 기계적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면서 한 곳에 머문다면 분명 삶의 빛나는 순간일 것이다. 아직 그런 마음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변명은 궁색하지만 최소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예전에 이러저런 우연과 희망이 겹쳐져서 한 달간 인도 배낭여행을 했었는데 그 이후부터 사실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본래 큰 그릇은 아니겠지만 넓은 세상을 보게 되고 그 이후로도 몇 군데 더 나갔다 오기도 했으니 지금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 그런 연속선상에서 볼 때 안정적인 생활임엔 틀림없겠다. 늘 한 달 이내로만 여행을 하던 게 벌써 10개월을 살고 있으니 전보다는 안정적이다. 중국에서도 이제 익숙한 부분들이 많이 생겼고 어떤 부분은 권태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또 어떤 부분, 많은 부분들은 새롭게 날 기다리고 있는 일들일테니 잘 찾아서 신나게 해나가면 될 것이다.
간혹 난 남들에겐 이런저런 좋은 말들을 다 끌어다 용기를 붇돋아주고 (잘)난 척 하고 살지만 정작 내 안에서는 그런 에너지들이 점점 고갈되고 있음을 느낀다. 새로운 일을 찾아 늘 생생약동하게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삶의 전체적인 부분에서 어떤 반복적인 지루함들이 생겨서 그런 건 아닌가 싶다. 그 에너지는 분명 내 안에서부터 비롯되는 걸 아는데,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도 아는데 안하고 있다. 내적인 새로움과 외적인 새로움, 내적인 익숙함과 외적인 익숙함을 상당부분 같은 것으로 살아온 잘못일 수 있겠다. 안으로부터 밖으로 새로움을 끌어내기 위해 분발해야겠다.
중국에서의 10개월 동안의 생활을 보다 보람되게 하기 위해 다시 시작해야겠다. 분발해야겠다.
새로운 일은 새로운 마음을 갖는 사람에게만 맡겨지는 것 같다.
20040707 작성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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