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2일 일요일

주말.

하루종일 그리 검지 않은 천 한 폭을 걸쳐놓은 듯 어둡기만 하다.
비는 내릴 듯 내리지 않고 바람도 없고 습하지도 않은 날씨.
마치 그대로 멈춘 공간 속의 공간에 앉아있는 듯 싶다.
 
잠시 밖에 나갈 볼까 우산을 챙기고 작은 노트를 가방에 넣었다.
 
길을 걸으며 전화를 걸어 계속 낫지 않는 감기에 고생하는 친구의 안부를 묻고
사람들 틈을 돌고 돌며 동네 근처를 그냥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몇 장의 디비디와 며칠 간 먹을 부식을 사는데
뭔가 이상하게 허전한 느낌이다. 혼자 산 것도 이제 버릇이 되었는데도 이런 허전함은 뭘까.
 
아마 스스로 해야할 일이 있으면서도 안절부절 해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반영인가?
아니면, 너무나 익숙해진 계림로를 걸으며 아무런 흥취를 느끼지 못해서일까.
 
결국 집에 도착하기 100여미터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반갑다.
비가 올 듯한 날씨에 비가 오지 않으면 왠지 속은 것 같단 말이지.
 
TV에서는 주말이라고 가족들끼리 등장하는 쇼프로그램과 영화들이 한창이다.
내 마음과 생활과는 별개로 세상은 그렇게 익숙하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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