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6일 일요일

사람...사람...

어제 저녁 늦게 중국친구들을 만났었다.
 
옌궈와 그의 친구들...이동, 치앙궈신..이 둘은 대학동기라 한다.
대학교 시절 한 숙소를 쓴 친구들인데 한 방엔 모두 8명이 생활했다 한다.
보통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작해 가장 나이가 어린 순서로 8명을 정한다고 한다.
 
한국과 참 다른 사실은 중국애들은 태어난 달(月) 차이로 형, 동생을 나눈다고 한다.
한국은 보통 年단위로 위,아래가 구분되는 반면
이 친구들은 한달만 먼저 태어나도 형이 된다고 한다.
하긴 밥이 몇 그릇인데 일리가 있다.
 
옌궈가 날 형이라고 부르고 그래야 하는데 자꾸 그게 버릇이 안되서 미안해한다.
중국에서 지내면 중국사람들 습관을 따라야하지 않냐면서 괜찮다고 했다.
 
옌뽀(옌궈의 여자친구)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남정네들은 나가서 술과 음료수를 사왔다.
옌핑(옌뽀 여동생)은 컴퓨터로 드라마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약대를 다니는 아인데 여기 약대는 3년제고 졸업 후엔 (당연히) 약방에 취직한다고 한다.
 
저녁과 술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1. 이 친구들은 중국어가 번체자에서 간체자로 바뀌어 가는 게 싫다고 한다.
간체자는 문화대혁명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것이라 하는데
모택동을 국부로 생각하긴 하지만 그의 업적 중 70%는 잘했고 30%는 잘못했다고 생각한단다.
그 중 하나가 번체자에서 간체자로 바뀐 것인데
원래 한자는 한글자 한글자마다 뜻과 모양이 담겨져 있는데
그게 사라지면서 생각도 점점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2. 중국 각 지방 사투리에 대한 얘기였는데 역시 사투리는 이 친구들에게도 재밌고 낯설고 그런가보다.
특히 남방에 가면 거의 얘기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래도 동북 3성의 발음이 표준에 가깝다고 한다. 자기들 고향이라 그런가?
본인이 혹은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한참을 웃었다.
나보고 여기에서 배운 방언은 절대로 다른 지역에서 통하지 않으니 말하지 말라 한다.^^
 
3. 사회주의가 좋으냐, 자본주의가 좋으냐는 질문에
일반 서민들은 그런 이념, 주의에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잘 먹고 잘 살면 어떤 것이라도 좋지 않느냐고 한다.
하긴...어떤 주의, 이념이든 사람이 사람답게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근본목적이니...
자본주의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와 또 북한의 사회주의의 잘못된 점들을 얘기하길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장점들만 잘 골라서 섞여지면 좋겠다고 그랬다.
 
4. 옌궈는 내가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회사(개인)를 만들어서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돈도 잘 벌기를 기원해줬다.
3년 안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올 거라면서
기회는 3년 안에 만들고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도 해줬다.
 
5. 언제 나보고 한국음식 한 번 해보라 한다.
할 줄 아는 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미역국 등 단순한 것 밖에 못하는데...흠..
그리고 혼자 밥해먹기 번거롭거나 귀찮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자기 집에 와서 함께 밥을 먹자고 그런다...그럼..고맙쥐...
 
뭐...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1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굳이 자고 가라는 걸 그 친구들이나 나나 서로 불편할 듯 해서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문득 한국친구들과 한국말로 대화하고 돌아오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면서 기분이 좀 묘하더라...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고 공부해가는 결실을 조금 맛보는 건가?
내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는 좀 게으른 탓이 있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조금씩 상대방의 말이 들리고 이해가 될 때는 함께 웃으며 즐겁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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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지아오 받고서 중국에서 알게 된 한국인 여동생이 있는데
그 친구가 무슨(?) 대학 한국어과 학생 한 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인데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중국어도 좀 배우면 좋을 것 같다고...
그래서 흔쾌히 승락을 했다.
 
오늘은 학교에서 으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길이 너무 익숙해져서 마치 한국의 어떤 동네를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게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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