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9일 일요일

욕심.

지아지아오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도 옆으로 쇠창살 담이 있는데 나무들이 얼기설기 붙어있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여름 막바지라 그랬는지
제법 푸르기도 했고 빛이 그렇게 바래지는 않았는데
오늘 보니 말라 비틀어지고 색도 다 빠지고 그래서
한편으론 보기 흉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스산한 느낌도 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보기 흉한 것이나 스산한 느낌이라 해도
내 미추관념이 교육받아져오고 습관화 된 게 많기 때문에
사실 보기 흉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 나무들, 풀들은 봄에 생명을 또 받아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봄에 피우고 여름에 다 누리고 가을에 준비해서 겨울에 저렇게 땅으로 가는데
내 욕심은 한도 끝도 없어서
자꾸 추운데도 욕심을 부리고 상황이 그렇지 않은데도 억지로 하는 건 아닌가...
아침에 채웠으면 저녁에 비우고 저녁에 채웠으면 아침에 비우고
늘 속이 더부룩하지 않도록 욕심도 삶의 자세도 그리해야 하는데
억지 욕심이 그득그득해서 사는 내가 보인다.
 
흐르는대로 살면 이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하고
악착같이 살기엔 그런 마음새가 싫고...
물론 모든 삶이 이분법은 아니니 내가 어리석게 생각하는 걸 안다.
악착같이 바르게 살면 되는 것인데...말이다.
 
추워지면서 땅속으로 스러져가는 자연의 이치를 보며 건방 떨었다.
 
좀 더 넉넉해지도록 수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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