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6일 수요일

잘 살아야지...암~

장을 보러 꾸이린 시장에 갔는데 밑반찬을 뭘로 살까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던 중...
내가 말을 버벅대니 한 아주머니께서 한국말로 '뭘 찾으세요?'라고 물어보신다.
조선족 아주머니다...
반갑기도 하고 내 중국어가 서툴러서 그렇군...하는 마음도 함께 들어진다.
 
가지, 무우조림, 깻잎, 감자볶음 등 많은 반찬들이 있다...
내가 뭘 살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으니 맛을 보라며 음식을 조금씩 주신다...
맛도 있고 좋다...
그래서 이것저것 한아름(?) 샀더니 가격도 깍아주신다.
사실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데...
남정네 혼자 와서 반찬 고르고 하는 게 대견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어머님 덕에 밥 잘먹게 되었네요...감사합니다...'라고 연신 고마움의 인사를 드렸다...
 
굳이 한국말을 하지 않았어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혹은 사람사이의 정...같은 것들...
이런 경우가 되면 난 사실 무척 마음이 들뜨고 행복해지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해하려고(고의가 아니더라도) 속이려고 사는 삶보다
서로 믿고 행복한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장을 보는 중에 중국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빨을 뽑아서 어제, 그제 면만 먹었다고 한다...
내가 집으로 건너가겠다니 오라 한다...
 
가서 친구가 해주는 음식에 밥을 먹으며 가볍게 술한잔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주절주절 얘기를 하는데
잘 들어준다...나이는 나보다 6살 어린데...
이 친구도 삶에 곤란도 있고 어려움이 있을텐데
중국에 와서 공부하는 내가 못내 걱정도 되고 그러나보다...
참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돌아와 집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행복해서 슬프다.
내가 살아가는 것...이 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모두 좋은 분들, 소중한 분들의 힘으로 도움으로 버텨내고 살게 되는 것....
한시도 고마움을 떨쳐버릴 수 없건만... 힘이 부족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잘 살아야지...암...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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