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1일 금요일

약속 :: -330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진행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그런데 지금부터 안 될 거라는 생각이나 무조건 잘 될 거라는 생각은 갖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요? 다만,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래도 나은 삶 아니겠어요? 기대가 부풀어지지 않도록 힘을 빼고 하기 힘든 일이라는 한 숨을 들 숨으로 돌려 세울 때 현재의 삶에 의미있는 방점을 찍는 일은 시작되는 거라 생각하죠.

사람에 대한 환상? 기대? 그런 건 없어요. 어쩌면 지난 시절 다 깨져버렸는지도 모르고 사람에 환상과 기대는 직접 맨얼굴, 맨마음으로 만나기 전에는 갖지 않는 게 좋죠. 그런데 말이죠. 살다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를 품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상황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기대. 상대방에 대한 능력을 과대 평가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내가 생각하고 싶은 방향대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면 어떤 상황이든 '어떤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은. 그건 환상과 기대의 차원이 아니라 단지 '가능성'이겠죠. 그런데 그런 가능성은 어느 누구에게나 다 있지 않나요? 또 어느 누구에게나 있는 그 가능성은 본인조차도 모르는 경우도 많지 않나요? 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죠.

잘 살고 싶다는 거죠. 그 가능성의 출발은.

만나고 또 만나도 사람들 사이에서 부유하는 정체성이지만 그래도 알고 싶고 만나고 싶은 건 저 또한 사람이어서 그런 거겠죠. 박노해 시인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절절히 노래했지만 그 희망은 스스로 발견할 때 더욱 가치가 있는 법일 테고 서로가 그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겠죠.

그냥 제 생각일 뿐인 거예요. 아직도 치기 어린 느낌이 가시지 않은 부분도 있고 아직도 부족한 생각 투성일테지만 그저 제 생각일 뿐인 거죠. 생각의 공유는 먼저 열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름의 상처도 받은 적이 있지만 이젠 상처받지 않을 수 있고 많이 편해졌죠. 여전히 공유를 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살아가면서 점점 제 생각을 강요하거나 우기는 짓 따위는 하지 않게 되네요. 물론 꼭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분명 있지요. 그 느낌조차도 또 전하고 다르니까요. 물론 이건 생각을 잘 못 진행시키면 보편적 보수성에 함몰되는 경우가 생길테지만 늘 나를 바라보는 노력을 게으르게만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자유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거겠죠.

공부를 더 해야겠어요. 마음이든, 몸이든, 지식이든, 기술이든, 글이든, 생각이든 공부를 더 해야겠어요. 부족한 걸 채워가면 채워갈 수록 채워갈 그릇이 예전에 보지 못했던 크기로 느껴지곤 하니까요.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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