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일 토요일

이제 내가 죽을만큼 외롭다는 걸 아는 자는 없다.

 내가 죽을만큼 외롭다는 걸 아는 자는 없다.

그대의 전화번호를 지우고 짐을 챙긴다.
밖으로 통하는 문은 잠겼다 더 이상
좁은 내 속을 들키지 않을 것이다.

한잔 해야지
나처럼 보이는 게 전부인 사람들과
정치를 말하고 역사를 말하고 비난하면서
점점 길어지는 밤을 보내야지

한 재산 만들 능력은 없어도
식구들 밥은 굶지 않으니 
뒤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변변치 않은 자존심 상할 일도 없다.

남들 앞에서 울지만 않는다면
나이 값하면서 늙어간다 칭찬받고
단 둘이 만나자는 사람은 없어도
따돌림 당하는 일도 없겠지

멀 더 바래

그저 가끔 울적해지고
먼 산 보면서 혼잣말이나 할 테지

이제 내가 죽을만큼 아프다는 걸 아는 자는 없다.

전윤호 詩 "절교" 전문 

*시인 전윤호, 64년생. 동국대 졸업. 91년 등단. 역사와 철학에 많은 연구를 한 재능있는 시인. 인접 예술에도 빼어난 조예를 갖고 있고 하체가 부실한(?) 시인들을 위해 시인. 축구팀을 만들어 연락책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마당발. 시인들의 장례식장에서 운구를 도맡아 하는 마당쇠. 시집으로 "순수의 시대"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가 있음.


내가 그렇다면, 남도 그렇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아니, 세상 모든 '남'이 그렇다는 걸 알지 못해도 내 마음에 두어지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알아야 한다. 세상과 그대와 '절교'를 하기에는 내 욕심이 참 많다. 내 욕심은 이미 세상과 그대에게 발을 담근 상태다. 하지만 치졸한 욕심은 거부하고 살아온 지 오래다. 나의 '욕심'이라 표현되는 마음의 일단은 '함께'라는 삶의 소중함으로부터 파생되어져 나온 것이지 내 것으로의 '소유'의 개념은 아니다. 물론 어떻든지 간에 어떤 모든 욕심은 '이별'을 해야 하겠지. 그럴싸한 멋진 소유의 상위 개념은 '무소유'일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시의 행간. 담백하면서 짙은 향이 느껴지는 시인의 고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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