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여림 詩,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전부
*뒷글: 시인 여림에 대하여......
본명, 여영진. 66년생. 서울예전 졸업. 2002년 서른여섯에 생을 반납하고 떠남. 그를 보낸 후 양수리 가까운 그이 집을 방문했을 때 노트북 속에서 북한강 안개를 잔뜩 머금은 100편이 넘는 보석들을 발견함. 이듬해 유고 시집 "새들이 안개속으로 걸어간다" 가 작가출판사에서 나옴.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는 내게도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살아야 할 자질구레한 이유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을 하지만. 그런다고 손목을 바라보며 섬뜩한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근사하게 살아야 한다는 이유는 온데 간데 없고 오래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기 때문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 시지만 고개 돌려 삶을 바라보게 한다.
2002년 한국을 벗어나 중국 땅을 밟았을 때 난 어떤 마음이었는지. 삶의 절망도 아니고 도피도 아니면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막막함이 있었나. 돌파구를 찾아 뚫고 나온들 내 눈에 비친 색깔들 조차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역시 세상 속에 나를 묻고 살아가는 수 밖엔.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시인처럼은 아니지만 어렴풋이는 마음에 닿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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