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7일 수요일

식도락.

오랜만?에 청소를 싸악 하고
방과 주방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후배 집으로 저녁 먹으러 갔다.
남자 후배 두 녀석이 뒹굴거리다가 밥을 차렸다며 함께 먹자고 부른 것이다.
 
맛있게 잘 먹고서 한 녀석은 자고 한 녀석은 나와 T.V를 보고 있다가
나가서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자는 녀석을 깨워 밖으로 나갔다.
오늘만큼은 좀 색다른 걸 먹어보자는 후배의 제안에
산책도 할겸 근방을 다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마음을 끄는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식당이 주르륵 붙어있는 한 골목에서 한 군데를 정했는데
쉐이주위(물에 익힌 물고기)가 전문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거기에서 쓰촨 차이위(草魚)짜위(雜魚), 그리고 삼선해물 두부볶음 시켰다.
술은 위수왕이라는 백주...
 
차이위는 입을 얼얼하게 하는 마와 말린 빨간 고추로 기본적인 맛을 내는데
입이 알딸딸한 게 먹을 만 하다.
짜위는 갈치 등 여러 종류의 생선을 익혀서 소스를 뿌려놓은 것이다.
두부 볶음도 맛이 괜찮고 두부 질도 좋은 듯 하다.
 
처음에 식당에 들어갔을 때 손님들이 한 명도 없어서
맛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꽤 괜찮네...
 
주문하기 전에 손님도 없는 상황에서 종업원들이 우르르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얘기하고 긴장하고 웃고 그러다가 또 흩어지고
또 뭔가가 부족했는지 몇몇이 또 주문을 받으러온 여자 종업원에서 뭐라뭐라 말을 한다.
 
그 상황이 참 이상해서 여자 종업원에게 물었다.
'뭔 일 생겼습니까? 왜 이렇게들....'
'아~ 죄송합니다.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것 같아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다 알아듣습니다...'
'하하하'
그 뒤부터 좀 분위기가 좋아지긴 했다.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영업시간이 일찍 끝나는 것이었는지
음식을 조금씩 먹어갈 수록 종업원들 숫자도 적어지고 홀에 불도 하나씩 끈다.
 
'언제 문을 닫죠?'
'손님들이 가시는 시간에 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해도 불편한 마음은 매 한가지다...
결국 조금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맛있는 음식...즐거운 대화...약간의 술...
방학도 하고 다들 재미없어 하는 차에 잠시나마 활력을 찾는?
 
그리고 오늘부터 후배들이 'AA制'를 하자고 한다.
AA制는 더치페이라는 뜻인데 언제부턴가 내가 밥을 사도 후배들이 미안하기도 하고
자기들이 밥을 살 때도 가끔은 부담되고 그런다 한다.
그리고 서로들 자금형편이 뻔한데 이젠 각자 내서 먹자고 그런다.
 
사실 후배들도 아껴서 써야할 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고 나도 마찬가지니...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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