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서랍 속의 동화 (一個都不能少)
감독 : 장 이모우
출연 : 웨이 민치(웨이 민치), 장 휘거(장 휘거), 티안 젠다(촌장 티안), 가오 엔멘(가오 선생님), 쑨 지메이(쑨 지메이), 우 원루(TV 국장)
장이모의 영화. 중국에 와서 중국어 공부도 할겸 보게 된 중국영화들...그 중에 감독이름을 보지 않고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가 마음에 좀 들어온다 싶어서 감독을 다시 확인해보면 '장이모'라는 이름이 있었다.
예전에 홍등, 국두, 인생, 붉은 수수밭 등을 볼 때는 무거운 느낌도 있고 시대도 과거의 시대를 다룬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는데...그리고 '공리'가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정말이지 어색한 듯 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배우들 때문에 즐거운 영화다. 장이모가 이 영화를 찍을 때 카메라를 숨겨놓고 찍었다고 한다. 그래야 그 시골 아이들이 맘 놓고 놀고 떠들고 할테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공리'의 흔적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1개월 대리 선생으로 부임해온 13살의 소녀는 돈 50원 때문에 왔다. 사실 중국에서 살다보니 50원이란 돈이 한국 돈으로는 75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시골에서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그 돈이 많은 유용가치가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원래 선생님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병이 중해 곧 돌아가실지도 몰라 떠나면서 꼬마 선생에게 학생들이 더이상 줄지 않도록 당부하며 그렇게만 되면 돌아와서 10원을 더 주겠다고 약속하고 떠난다.
뭐랄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공산당歌, 국기 게양식, 그리고 극적으로 한 학생을 찾는 등의 과정을 보면 중국 사회주의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 중국에서 중국인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것들은 사실 그 영화에 나오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다만 감독이 그런 중국인들의 생활상을 표현하면서 좋지 않은 것은 비판하면 좋겠지만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의 그 마음, 현실 안에서 최대한 열심히 살아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꼬마 선생은 정말 고집불통인 모습이고 의지의 중국인이다. 이 소녀를 보면서 내내 민망한 감정이 올라오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 고집이 순수했을 때 도출되는 결과에 결국 안심했다. 어쩌면 그런 감정의 흐름 때문에 영화를 계속 긴장하면서 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제일 어린 여자학생이 있는데 그 아이는 웃는 모습이 너무 천진하고 도무지 연기를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그 꼬마 소녀를 보면서 이쁘고 귀여운 행동에 한참을 웃었다.
중국어 원제목은 '하나도 적을 수 없어'라는 뜻인데 학생이 점점 줄다보니 어머니 간병하러 떠나는 '까오(高)'선생이 꼬마 선생에게 학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수업에 나오지 않는 걸 막아야 한다며 학생이 한 명이라도 더 줄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결국 그 '단서' 조항으로 이런저런 사건이 진행되는 셈이다.
이 영화에서 꼬마 선생 속을 태우며 사건의 발단이 되게 하는 남자 아이가 있는데 나 어렸을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꼬찔찔이같은 악동같은 꼬마의 모습이다. 이 아이가 돈을 벌러 도시로 나가는데 기차역에서 일행들과 헤어졌다. 그래서 거지같이 돌아다니고 마는데 중국이라면 정말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전화들이 있긴 하지만 연락이 안될 경우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전화가 없는 집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요즘에야 너도 나도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것도 한달에 100원 정도씩을 핸드폰 요금을 내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소리고 그보다 더 가난한 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은 커녕 집에 전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길이 엇갈려 헤어지게 되면 어쩌면 평생 못만나게 될지도...-_-;;
소년을 찾기 위해 꼬마 선생이 방송국을 찾아가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중국 공무원들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되었는데 안내실에 있는 여자직원...정말 경우없고 불친절한 말투... 중국의 은행, 기차역 등 공공기관의 공무원들 정말 불친절하다. 보면서... 내 경우도 떠올라서 움찔했다. 그리고 방송국 사장의 천사같은 호의... 이게 좀 뜬금없이 느껴지는 인과관계이긴 하지만 여기 중국 사람들 중에 권력있고 능력있는 사람들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과시욕이 대단하긴 하다. 그렇게 본다면 방송국 홍보도 할겸 자신의 힘으로 사회에 뭔가를 기여했다는 마음이 꼬마 선생을 도왔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두 가지 모습, 불친절과 과잉이다 싶을 정도의 친절...이 중국인들의 양면성이 아닐까 싶다.
....의역한 한국어 제목이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비슷한 느낌인가? 나라면 어떻게 제목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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