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나서 느낌은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그랬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잘 드러나지 않는
속내를 훔쳐본 듯한 기분도 들고 그랬다.
이원상(박해일), 박성연(배종옥), 박윤식(문성근) 이 세사람 말고도 하숙집 주인 딸, 그리고 원상의 옛 여자친구가 영화 끝나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난 이 영화가 남자들과 여자들의 관계에 대한 불합리를 얘기하는 것 같다. 사실 영화 내내 남자들의 고민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안정 속으로 제일 먼저 기어들어가는 사람들은 얍삽한 남자들이다.
하숙집 여자는 어떻게 될까...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원상의 여자 친구였던 매경이는 얼마나 힘겨웠을까... 주인공인 성연은 그렇게 남겨진 채로 또 살아야하는 것일까...
원상과 윤식의 묘한 분위기가 영화 줄곧 이어지는 건 긴장감 있는 일이었으나 결국 둘의 화해(?)와 여자들의 공유(?)로 인한 남성만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에선 참으로 낯뜨겁기까지 했다. 원상이 제 2의 윤식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한국적 현실로 보면 비교적 약자가 열등감을 벗어던지는 순간에 다른 대안의 모습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강자의 대열에 합류해서 잘 배워버리는 모순적 순환고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겨진 세 여자들의 삶은...그렇게 그냥...남겨진 채로...남겨진 채로...
남자의 질투심은 여자들보다 더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나의 경험에 비춰봐도 그랬었던 것 같고... 하지만 그 질투가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느꼈을 때 나의 질투는 무척 부끄러운 것이었고 그래서 고치려고 전환하려고 무척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있었고 간혹 웃기도 했으며 간혹 긴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 영화의 헤드카피가 되었던 '누나, 나도 잘해요...'라는 부분은 다름아닌 중국어 자막 때문에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번역을 할까 궁금.궁금했었는데 직역을 하자면 '침대에서의 쿵푸 정말 짱!이야'라는 식이었으니... 물론 여기에서의 쿵푸는 여러 뜻이 있으니 알아서들 생각하시길...
박해일, 배종옥, 문성근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특히 배종옥은 튀지 않으면서도 사소한 부분의 심리묘사같은 게 탁월하다는 느낌이었다. 문성근은 좀 여우같고...박해일은 조금 투박하지만 좋았다. '살인의 추억'이 슬쩍 겹쳐지기도... 이 영화가 먼저 개봉했으니 '살인의 추억'에서 겹쳐져야 맞는 얘기겠지만...
관계의 흐름과 정체, 사랑의 진실과 거짓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속내를 들킨 것같은 화끈거림을 감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