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30일 토요일

좋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대화를 할 때,
어느 정도 솔직한 얘기가 보증되어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내가 보여지는 모습이 그 자체로 부끄럽지 않을 때,
아니, 혹 부끄러운 모습일지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잘 받아들여 줄 때는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잘 받아들여 줄 수 있다는 건
최소한 내가 상대를 속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며
그 출발은 내가 내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음이다.

그러기에 대화를 할 때에는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상대를 속이지 않는가?"라고 묻기 보단
"내 자신을 속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의아니게 혹은 고의로라도
모든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는 없다.
그건 내가 버텨내야할 최소한의 자존심이기도 하겠지만
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에 다치기 싫어서 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면서 가능하면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나 걱정은 사라지길 바란다.

또, 일과 삶은 때론 다른 가면을 쓰고 살 수도 있는 것이니
외형적인 이중성을 가지더라도 너무 스스로 자책하지 말자.
알맹이만 변하지 않도록 하자.

반가운 사람과 즐거운 얘기를 나누는 일은 기분이 좋다. :)

2004년 10월 28일 목요일

머리를 굴려?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
굴러가지 않는 머리는 다시 쓰지 않으면 아예 굳을 참이다.
그러다가도 문득문득 머리가 돌아가 좋은 생각이 나면 기분은 좋은데
뭔가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일까.
마음을 굴려야 하는 것일까.

생각에 정서가 빠진 상태라면 늘 공허함을 느끼는 수 밖에 없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요즘 들어 화두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다.
이건 내가 허전함을 느끼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늘 고민되어지고 나에게서 나오기는 하지만
그걸 어떻게 풀어가는 가에 따라 전달하는 느낌은 많이 다를 수 있겠다.

고민되지 않은 생각은 고민되지 않는 이야기 결말로 치닫고
그 이야기는 다시 나에게 일상성.이라는 경직됨으로 공격해 온다.

털어놓고 또 털어놔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즐겁게 할란다.
즐겁게라는 강박은 없이.

2004년 10월 24일 일요일

[mov] 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 认识的女人

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 认识的女人


감독 : 장진
출연 : 정재영(동치성), 이나영(한이연), 오승현, 장진, 임하룡


사실, 그렇게 기대한 영화는 아니었다. 특히나 장진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엔 좀 아깝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드는 스케일(?)로 아기자기하게 꾸려나가는 영화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엄청난 감동을 받길 원한 것보단 작은 웃음과 싱그러운 유머를 보는 것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 했다.

설정이나 이야기 흐름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영화이긴 했지만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다 보여주며 얘기를 풀어가는 장진 감독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그냥 오래 전부터 알아오던 사람, 속칭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 건 관계가 그렇게 깊지 않다는 것의 반증임과 동시에 심중에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간혹 나는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아는 사람' 정도로 치부해 소개할 때는 화가 나거나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나의 경우엔 별로 그런 상황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게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퍽이나~

만약 이나영같은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면 나도 그 사람을 부담없이 사랑했을 것 같다. 얼마나 쿨하면서 감성 넘치는 캐릭터란 말인가. 물론 TV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에서 나온 캐릭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변주였겠지만 이나영표 사랑, 애정표현은 거부감없이 담백하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난 마지막 장면에서 정재영이 사랑고백을 위해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바뀌며 '이름'이며 '취미'며 8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멘트를 날리는 장면이 사랑스럽다. 닭살 돋을 만큼 어색하지만 그 만큼 사랑의 첫 시작은 풋풋한 것. 난 그 둘이 그런 식의 사랑을 되도록 오랫동안 해가길 바랬다.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짐짓 철학적인 주제의식은 생각보다 가볍고 쉽게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별 아쉬움은 없다. 감독도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다른 식으로 말을 해봐야 이 영화만큼 효과적이지도 않았겠지. 적정한 타협은 때로 피차 적당한 즐거움을 가져온다. 적당한 건 적당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기 때문에 아쉽다.

영화 속에서 가끔 만나는 임하룡은 반갑다. 그리고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반갑다. 난 코미디언일 때의 임하룡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참 좋아보인다.

회화

일산에서 회의가 있었다. 함께 브레인 스토밍도 하고 앞으로 진행될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컨셉을 잡아내는 일.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기법이나 연출보다 컨셉 잡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다. 특히나 전시장에서 상영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제약이 뒤따르기도 하지만...우리는 그걸 일단 다 백지화 시키고 이야기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는 서로에게 피드백이 되고 말과 말이, 문장과 문장이 얽히고 섥히면서 새로운 말과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건 나 혼자서는 절대로 끄집어 내오지 못할 지난 날의 경험과 앎들을 비교적 쉽게 꺼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란 건 참 신기하다.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부분이 두 사람, 세 사람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되는 경우가 있으니... 물론 시너지 작용의 극대화는 그런 외형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내 생각을 숨김없이 말하며 밀고 당기는 양보와 이해의 미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른한 일산의 어느 동산에 올라, 강렬하고 따가운, 하지만 너무도 기분이 좋은 햇살 아래서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오후. 작은 행복이 느껴지는 날.

2004년 10월 19일 화요일

한국입국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일이 좀 생겨서 말이죠. 물론 나쁜 일은 아닙니다. :)

좀 바빠질 것 같습니다.
포스팅을 자주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시간 나는대로 한국에서의 생활을 기록해야겠죠.

한국에서 즐거운 생활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

반가운 얼굴들, 시간 되면 봤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보고 끝!

한국 내 연락처

핸드폰 : 010-****-5154


한국에 있을 때만 사용할 전화입니다.

국제 로밍은 하지 않습니다.

중국 핸드폰도 있거니와 로밍은 너무 비싸요.-_-;;;;


한국에 들어와서 바로 핸드폰 신규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가격들이 다 많많치 않네요.
가장 싼 걸 구입했는데도 정말...헉~!입니다.

잘 활용하도록 해야겠죠? :)

2004년 10월 17일 일요일

[mov] 둘째 동생 / Drifters / 二弟

둘째 동생 / Drifters / 二弟


감독 : 왕 시아오쏴이
출연 : 두완 롱(둘째 동생), 수 앤(여자친구), 자오 이웨이(큰 형), 탕 양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 중에 하나가 <북경 자전거>다. <북경 자전거>를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특히 북경에 가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사실적인 영화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같은 느낌. 그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둘째 동생>도 역시 사실적인 느낌을 담아내는데, 그다지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영화 내용에 공감할 수 있다. 중국인의 “아메리카 드림”이랄까? 아니면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몸부림”이랄까. 아무래도 후자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밀수선을 타고 가다가 해안 경비대에 걸려 잡혀 되돌아오거나 죽거나. 하지만 많은 이들은 수 차례 배를 갈아타고 가는 긴 여정에 동참한다. 밀입국을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딱히 어떤 희망도 없는 그들의 고향, 작은 시골에서는 밀입국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은 없나보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를 가져다 주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물질적 풍요는 일정 수준의 정신적 풍요를 담보한다는 것이다. 충만한 정신세계를 누리고 있는 사람도 금전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실생활은 정말 힘들지 않은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급속하게 뒤섞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더욱 큰 화두로 다가올 법 하다.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겠지. 어차피 사람 사는 곳에 발생되는 문제는 대부분 비슷하니까.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은 그 물질을 소유해보고나 해야 할 소리는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무소유를 말하면 스님들이나 하는 소리가 되고 일반인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현실감각이 없다고 비난을 받기 쉽상이다. 참 어려운 문제.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감상 또 하나, 평탄한 인생은 결코 없다는 것.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일들도 무척 많지만 인연들에 얽혀서 많은 일들이 우연, 필연으로 발생한다. 그러다가 때론 자기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게 되고 결국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결국 사람은 희망과 목적이 있지 않은가. 방황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잘 추스리고 일어서면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고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생각이 났는데, 중국 영화를 보면 영웅들이 나오는 홍콩 느와르 풍의 영화 말고도 상당히 많은 영화에서 표현되는 중국인은 죽음에 대해 상당히 초연하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영화에서만 더더욱 두드러지겠지만 한 나라의 영화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정서의 반영이지 않는가. 이 영화에서도 목숨을 거는 일이 위험하다는 걸, 두렵다는 걸 알지만 대면하는 모습은 처절하도록 초연하다.

닌텐도 DS 플레이 화면

이런 게임기가 나왔다. 저렇게 게임하면 재미가 있긴 할까?싶지만, 해보면 재밌긴 하겠다.^^


출처 : http://www.yurizen.net/zblog/?no=62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보다 최소한 손목, 팔꿈치까지는 움직여야하니 운동량도 좀 되지 않을까?

아니면, 혹시 생긴 게 전자사전처럼 생겼으니 저렇게 펜으로 뭔가를 열중해서 하고 있으면 남들이 볼 때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겠다.(소리는 off) 흠~ 그럼 직장인들, 학생들도 많이 찾겠는걸?

난 몸에 센서를 붙이고 직접 온 몸으로 움직이며 하는 게임을 하고 싶다. 나온 게 있다고 들었는데 한 판 하는데 무척 비싸겠지? "한 게임 더?"는 힘들겠지? 그런데 그런 게임기 있으면 정말 해보고 싶다.

2004년 10월 15일 금요일

조승우


"This is the moment" - 조승우 노래 정말 잘하누만~!!!

EBS에서 방영된 걸 누가 복사한 모양인데 조승우 노래 정말 잘한다. 사실 난 영화에서의 그의 연기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힘은 느껴지는데 영화 내용과 약간의 엇갈림이 느껴진달까?

조승우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인터넷을 허우적대다 보니 조승우에 대한 기사가 몇 개 링크 걸려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한 장애우가 말없이 조승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조승우가 먼저 다가가서 하는말... 

"우리 사진 찍을까요?" 

그리고 장애우와 키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은 뒤..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누가 사진으로 그 광경을 담았고 인터넷에 올렸다가 장애우의 부탁(인터넷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으로 사진을 내리는 대신 조승우가 연극할 때 노래부르는 동영상이 대신 올라가게 되었다. 조승우라는 배우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조승우에 대한 칭찬, 그리고 그 글을 읽고 난 후 자신을 반성하는 글들.

연예인들이 쇼를 너무 잘하기 때문에 믿지 않겠다고 하기엔 억지스러운 고집인 것 같고 조승우에 대한 인상이 나름대로 좋기 때문에 믿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그가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난 예전에 "동그라미 재활원"에서 생활을 좀 해 본 덕분에, 그리고 예전 대학 다닐 때 식당 어머님 딸이 다운 증후군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만남과 이해가 있었다. 그래서 장애우들이 그다지 달라보이진 않지만, 간혹 장애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문득 문득 생길 수 있는 심리적 편견에 대해서는 더더욱 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지.

그럼,

하지 않는 것일까 안되는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안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믿는다. 하지 않기 때문에 안되는 것일 뿐이지. 그런데 정말 내 스스로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데도 되지 않는 경우는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난 다시 노력이 조금 더 부족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앤드류 매튜스 - Andrew Matthews는 <마음 가는대로 해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사귀면서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는데도 인생에서 좋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참으로 가슴 뜨끔한 말이다. 사실 새벽에 일어나고 말고는 별 중요하지 않다. 각자 종사하는 일에 따라 다를 테니까.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은 나름대로 늘 앞서가는 삶을 살아내는 것만은 확실한 듯 하다.

내가 노력의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장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뒤를 돌아보면 "끝"까지 노력한 일은 참으로 드물다는 걸 알겠다. 하다가 어느 정도 되면 그 선에서 만족해버리는 알량한 자만심.같은 것. 꾸준히 하기가 힘들겠지만 방법은 없네.

안되는 것은 없다?!!

해보고 다시 말해보자고.

[#M_ 이 사람은 또 이런 말도 했네.|
"행복의 비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실 난 행복한 삶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임을 지금도 믿고 있다. 단 이 말에서 다시 더 배운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고 늘 울상을 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면 된다는 것. "고통을 참을 수 없으면 즐기라"고도 하지 않던가.

말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구만~-_-;;;

어쨌든!!! :P

2004년 10월 14일 목요일

앎의 시작.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 유한준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는 뜻. 사실 내가 알고 있었던 문장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나니라"였는데 원래가 이런 뜻이었나? 이렇게 되면 해석하는 뜻이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나는데...

유홍준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글이라 한다. 원래 글은 유한준이란 분의 글이었고. 안다는 게 먼저인지 사랑하는 게 먼저인지에 따라 해석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텐데 어떻게 말이 다르게 전파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제대로 알면 제대로 사랑할 수 있으니까. 물론 사랑을 해도 알아가긴 매 한가지긴 하다. 다만 사랑에 빠져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망막을 가리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앎과 사랑은 거의 동시에 시작된다고 해도 될 듯 싶다.

'제대로' 안다는 것이 말장난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그 제대로 안다는 것에 대한 욕구가 살다보니 정말 절실히 느껴진다. 나도, 상대방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또다시 반복이지만 간혹 사랑하려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에서 알아질 수 있긴 하다.)

누군가를 온 몸 세포줄기마다 새겨 넣 듯 이해하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빈번한 때에 머리 속 가득히, 마음 속 가득히 막막해지고 소통 불량이 되는 건 당연한 듯 싶다. 불끈 일어나는 호기심을 잘 다스리고 다독여서 함께 가야겠다.

살아도 살아도 실타래의 한 쪽 끝을 찾아내긴 커녕 꽁꽁 묶여가는 느낌. 아직도 갈 길이 바쁘다.

2004년 10월 13일 수요일

뜨거울 열기 속으로...1

<길림성 장춘시 국제 애니메이션 교육 포럼> 주최측은 국내외빈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그리고 낯선 땅에서의 이국적 정취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 길림 예술 대학 학생들을 동원한 공연을 준비했다.

정말 훤칠하다.


깜찍~!

깜찍~!!


한 차례의 춤과 경쾌한 음악이 끝난 후 준비된 무대는 중국 전통 악기 연주. 얼후(한국의 아쟁과 같은)와 비파(맞나?-_-a) 그리고 거문고 혹은 가야금과 비슷한 악기로 구성된 연주단.

중간의 흰 옷이 리더인 듯한...


남자는 단 한명~!


선율이 홍콩 무협 영화에서 들었음직하다.


한 여자의 솔로 무대. 목소리가 아주 고음까지 올라가는 노래를 아주 잘 소화한다. 중국의 전통 음악(한국의 트롯트?)같다. TV에서 이런 창법과 노래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난 사실 이런 창법은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내가 아는 중국 여자 아이 중에 이런 창법으로 멋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는 걸 직접 들었지만 음..역시 내 취향은...-_-;;;

통통한 천사~^^


그 다음으론 정말 화려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무희들. 허리 돌림이 장난이 아니다.-0- 마치 누가 허리를 더 많이 움직이는지 시합이라고 열린 듯 하다. 약간 섹시한 모습 때문에 주변의 많은 남정네들은 기쁨의 눈초리를 초롱초롱 보내고 있었다.-_-;;;

으쌰~ 허리꺽고~


조심해요~ 허리다칠라~



2004년 10월 12일 화요일

장춘 국제 애니메이션 교육 포럼 행사 중...

(2004년 9월 23일부터 있었던 행사) 만화, 애니메이션 경쟁부문이 있었다. 중국의 각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대학을 비롯해 외국의 몇 몇 나라에서도 참여한 행사. 조금은 구색맞추기 식의 느낌이 강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준비는 한 것 같다.

세계 ASIFA회장, 중국 애니메이션학회 회장, 한국 SICAF 총감독을 비롯해 많은 내외빈들이 참석을 했었다. 다만 처음 준비하는 행사라 그런지 여기저기 충분치 못한 진행상의 미숙함이 보이긴 했다. 만화, 애니메이션 경쟁부문도 작품을 만든 학생들은 오지 않고 대부분 그 학생들이 소속된 학교 교수님들(교육 포럼에 참가한 교수님들)이 시상대에 올라가 상을 받는 식이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어떤 곡절이 있겠지...-_-;

선남선녀의 사회로 시작~

창광시 감독의 진행

만화부분 시상

특별상(?)이었던 듯;;;

넬슨 신 감독의 시상

박세형 감독의 시상

애니메이션 부분 2등상(고개숙인 분; 매형^^)

애니메이션 부분 1등상


애니메이션 '보련등'을 만든 창광시 감독과 학교 관계자가 함께 만화제, 영화제 진행을 했다. 처음 나온 젊은 청년들은 길림 예술 학원의 학생들인데 전체 진행 사회를 봤다. 이 행사가 끝난 후 길림 예술 학원의 재원들이 갖가지 '쇼'를 선사했으니까. 이 '쇼'는 차츰 올려야겠다.-0-

어쨌든, 한국에선 '한국 예술 종합학교' 이효정 감독 만든 '까만구름이 몰려와요'가 2등상(북경전영학원 애니메이션과도 함께 수상; 상금 7천원-당연 중국돈^^;)을 받았다. 아무래도 중국 국내 작품을 1등(상금 만원; 흠~) 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긴 하지만 그건 뭐 예의상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애니메이션을 언제 상영을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행사 기간 동안 보지 못했고 또 시상식을 할 때도 클립을 제대로 틀어주지도 않았다. 만화는 전시관에서 전시를 했었으니 당연히 봤었고... 뭐, 이런 게 문제라기 보다는 좀 아쉬웠다는 뜻이지.

1등상은 남경대학 측에서 받아갔는데 나중에 들어본 결과 이건 학생들이 참여해 작품을 만든 게 아니라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급하게 만들어 출품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사실.-_-; 게다가 1등을 받은 작품은 그 학교 학생이 만들지 않고 다른 곳에 외주를-0- 줘서 만들어 출품했다는 사실.(이 부분은 정확하진 않겠지만 아는 분으로부터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좀 김이 샌다.

과연 작품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행사 준비라기 보다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으려는 그런 의도로 읽혔다고나 할까? 길림성 정부 대표와 길림성과 장춘시 교육청에서 주관을 한 거니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겠지. 좀 얄미운걸...;;;;;

여하튼, 앞 부분의 행사들이 끝나고 난 후에 2부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어떤 행사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2004년 10월 11일 월요일

포기할 때...

존재를 잃어버리면 가슴을 잃는 것이다.
가슴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세상을 잃는 것이다.
세상을 잃어버리면 인생을 잃는 것이다.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


- 천양희

잃어버릴 만한 존재를 알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하루하루 잠에서 깨어 살아있는 내 몸을 만져보고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고서야 살아있음을 느끼니까. 요즘같은 계절엔 창으로 힘껏 밀고 들어오는 햇살에 내 종아리 부분이 살짝 열오름을 느끼는 행복감으로 아침을 맞이하긴 하지만 내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은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벌떡이며 뛰고 있고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는 감정이 있는 걸 보면 내 존재는 다만 아직 명확하게 모르고 있을 뿐 잃어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난 얼마나 내 스스로에게 집착을 하며 살아왔던가. 아직은 어느 하나도 잃어버리진 않았다는 안도감은 사실 사치일 수 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긴 한다.

여전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목적의식은 내가 삶의 종극에 가서 얻어내고 싶은 것과 약간의 괴리가 있긴 하다. 다만, 최대한 내가 하는 일과 삶에서 얻어내고 싶은 것과의 일치점을 만들기 위해 평행선을 유지하며 살진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실패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이 잘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이뤘다는 작은 만족감도 또한 없었다. 오래 전 작은 감각감상을 얻은 힘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정도랄까. 실패해보지도 않았으니 포기도 없다. 게다가 포기할 때 인생은 바로 무거운 막을 내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

힘껏 살아내자.

2004년 10월 10일 일요일

붓 위에 앉아 놀다.

할 일도 있고 오랜만에 낙서나 좀 해볼까 하고 예전에 사 놓은 먹과 붓을 꺼냈다. 서예나 붓 그림은 배워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붓글씨를 배웠었구나. "중봉으로 잡고 팔꿈치는 수평을 이루고..." 등등. 그런데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붓가는 대로 마음 가는 것도 좋고 화선지에 먹이 닿아 번지는 것도 좋다. 특히 먹향이 방 안에 은은하게 번지면 왠지 마음도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약간 쾨쾨한 느낌이 낡은 느낌을 줘서 좋다. 먹을 직접 갈아 쓰지 않아 아쉽지만 화방에서 파는 먹도 그런대로 쓸만 하다. 나같은 경우야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니 갈아서 쓰는 먹의 느낌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먹향이 좋을 뿐이다. 자주 맡는 먹향이 아니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 두어 시간을 가지고 놀았더니 방 안에 먹향이 가득하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낙서를 하고 화선지 하나 가득 내 마음이 검게, 물결을 따라 번진다. 마음대로 손이 가면 그런대로 기분이 좋고 손가는 대로 마음이 따라가도 상관없다.

코 끝을 살짝 자극하는 먹향이 화선지 깊숙히 배어 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시간이 지나 스며들어간 부분이 까칠하게 마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마음, 먹에 담그고 놀다.

2004년 10월 9일 토요일

시간은 걱정하지 마.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아야지.
그러다 보면 늘 마음은 조급해지니까.
자꾸 흔들리잖아.

언제나 흘러오고 흘러가는 삶인데도
뒤로도 앞으로도 멀리 보지 못하고 있어.

지금 이 순간은 순간일 뿐이야.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

오랜만에 명오형이 메신저에서 부른다.

명오형 : 승인아~ 잘 지내지?

나 : 네. 그럼요. 오랜만입니다.

명오형 : 소식 하나 전해줄 게 있어서...혹시 알고 있나?

나 : 아니요? 모르는데요? 뭔데요?

명오형 : 덕만교무 알지? 어제 교통사고를 당했다. 갈비뼈가 11대가 나갔다고 그러는구나. 다행히 정신은 아주 말짱하고 얼굴에도 상처가 없다고 그런다.

나 : 예? 그런 큰 사고를...

명오형 : 생명엔 지장이 없고 치료를 잘 받으면 완치가 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도해주라고 말 건거다.

나 : 예... 알았어요. 그나저나 정말 불행 중 다행입니다.

덕만교무는 예전의 동문수학하던 동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덤프트럭 운전사가 오르막 길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내렸는데 그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사람도 없는 차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한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이 차와 벽 사이에 끼이는 큰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처리야 어떻게든 잘 되겠지만 한창인 나이에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해야한다니... 아니, 치료가 문제가 아니라 살아난 게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다행이다.

명오형의 말대로 마음을 모아 기도를 해야겠다.

기도라는 건 마음을 일심으로 모으면 바로 기도가 되는 것. 바라는 마음을 진심으로 다하면 그게 허공에 맺히고 위력을 발휘한다. 솔직히 말하면 기도라는 걸 제대로 했었는지 혹은 지금도 할 수 있는지 난 장담할 수 없다. 최대한 일심으로 만들려고 했었고 지금도 그 방법 밖엔 잘 모르겠다. 기도라는 게 배워서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부모님들이 자나깨나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이야 말로 기도하는 정성, 그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한창 일할 젊은 친구 데려가지 않아서 정말 감사합니다. 상처는 크지만 잘 치료가 될 것이니 치료 받는 중에 마음 흔들리지 말고 잘 견뎌내도록 도와주십시요. 어서 회복해서 건강한 삶 터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덕만.을 아는 분들도 마음 모아주시지요.

2004년 10월 8일 금요일

솎아내다가...

하루 종일(?) 애니메이션과 몇 편의 영화를 봤다. 전에 본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료로 활용할 겸 디비디를 샀는데 가끔 질량이 좋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확인 겸 주욱 돌려봤다. 틀어놓고 할 일도 좀 하고 인터넷 검색도 좀 하고... (거의 한량이구만-_-;;;)

그냥 틀어놓고 소리만 듣기도 하고 때론 잠시 화면과 함께 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러던 중에 참 많은 새로운 부분들이 눈에, 귀에 들어온다. 미국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 모두 새삼스럽지만 참 대단하다.

색감이며 움직임이며 사운드며 특수효과며 참 좋다. 새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해 문득 문득 놀라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아닌 애니메이션의 섬세함 때문이었다. 전에 어느 정도 애니메이션을 봤다 싶은 후 부터는 본의 아니게 혹은 습관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억지로 보지 않았고 중국에 와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픽사 작품 외에는 되도록 사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몇 장을 사서 보는데 역시 세계 각국에서 환영을 받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볼 때는 작은 부분, 움직임들은 무심코 봤거나 큰 흐름에 따라가며 신경을 쓰지 않고 봤었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들이 눈에 잘 잡힌다. 그런 부분이 애니메이션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드는 건 확실한 것 같다.

특히 가장 감탄을 한 부분은 사운드 부분이었는데 예를 들어 뮬란 같은 경우 영어, 중국어, 한국어가 다 더빙되어 있는 버전이었는데 노래 씬에서 성우들의 노래 솜씨가 거의 일률적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던가, 다른 나라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데도 음악의 흐름이나 분위기는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던가 하는 부분. 또 작은 이미지 사운드 같은 경우도 소싱부터 믹싱까지 참 잘 되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그러고 보니 반복적인 시청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단순한 교훈. 몇 년 전 학교 다니며 수업을 할 때 다 했던 건데.-_-; 그새 실력도 없는 처지에 좀 안다고 난 척 하고 다녔나 싶다. 부끄럽다. 예전엔 과제 하나를 위해 영화를 몇 번이고 보고 또 보고 그랬는데... 새로운 자극은 새로운 것을 접해야만 생성되는 것은 아닌데... 오감을 열고 받아들이면 늘 새로움으로 충만할텐데...-_-a

어쨌거나 몇 장의 불량 디비디를 솎아 내긴 했지만 그러는 동안에 즐거운 하루를 보낸 것 같네.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혼자서 키득거리고 웃은 건 정말 오랜만인 듯.

그러고 보니 한국에 있을 때 혼자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고 나오며 가슴이 벅찼던 때가 생각이 난다. 으~~~~~~!!!

2004년 10월 7일 목요일

김장철인가?

밖에 여기저기 배추들, 대파들의 일광욕들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몇 집에서만 그러나 싶었는데 곳곳이 다 배추와 대파들이다. 식당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김장을 준비하나 보다. 김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여긴 김치가 없으니까. 배추 등을 절여서 먹는 음식은 있는데 한국 김치랑은 너무 다르다. 아무래도 중국 식당에서 가끔 먹는 절인 배추 반찬 등을 만들려고 하나보다.

가지런히~

큰 길 가에...

여기에도~-_-;

저기에도~-0-


여기 장춘은 과일도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팔기도 하니 이런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지만 가끔 걱정도 된다. 장춘의 공기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대도시에 비해서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그리고 먼지도 무척 많이 날리는 편이기 때문에 밖에 저렇게 내놓으면 아마 씻는데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_-;

그런데 이런 풍경은 참 정겹다. 겨울이 왔다는 느낌도 주지만 한국에서 김장철마다 느끼던 걸 새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2004년 10월 6일 수요일

무료함의 출처...

일이 없을 때는 무료하다. 무료하다는 것은 재밌지가 않다는 것인데 왜 재밌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다. 혼자 있으면서도 재밌게 놀지 못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어려서부터 그런 방면에 대해 익히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자라면서 재미라고 하는 부분, 흥미라고 하는 부분이 몇 가지 고정된 행동양식으로 굳어져 버린 것일까?

혼자 영화를 보건, 낮잠을 자건, 그림을 그리건 재밌어야 하는데... 하긴 지금 열거하는 내용들을 봐도 내겐 특별한 취미, 특기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어릴 적 앙케이트.라고 하는 게 유행했었는데 꼭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적어넣어야 하는 공란들. 취미. 특기. 당시 전국민이 즐겨 사용하던 취미의 대명사는 독서와 음악 감상. 그런데 난 지금은 독서도 잘 하지 않고 음악 감상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사긴했다. "노신의 잡문 모음집". 주로 하는 일이 있건 없건 간에 스스로의 교양을 쌓거나 혼자서 무언가를 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그 개인에게 참 행복한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드네.

무료함의 출처는 그러고 보니 일의 있고 없고, 하는 일의 재미있고 없고가 아니라. 지금 나의 습관에서 비롯되는 거 아닌가? 혹은 지금의 내 기호의 문제? 좀 더 고민 좀 해봐야겠군.

2004년 10월 5일 화요일

사람을 안다는 것.

도대체 사람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은 언제쯤이나 마음에 걸림이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까? 사실 요즘은 누구와 크게 걸리거나 마음이 대질리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만나서 얘기를 듣다 보면 동감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부분에선 여전히 마음이 턱턱 막힌다.

이건 투정이다.

그렇다. 내 삶에 대한 나의 투정. 아무것도 걸림 없이 솔직히 말한다는 것에 대해선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아니, 내 머리가 커지고 마음에 하나 가득 욕심이 들어찬 이후엔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태도가 자연스럽게 견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지. 그건 곧 지금의 나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은 것. 사실, 애기를 주욱 하다 보면 이런 저런 고민과 의문점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누가 먼저 그런 태도를 털어놓느냐를 가지고 계산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종종 발생하긴 하지만...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즐거워야...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읽다가 이런 문구를 보게 되었다.

...해럴드 W. 크로토 박사는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물론 열심히 해야하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해선 안되고,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겨라. 그렇지 않으면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식. 잘한다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듣고 살았던가. 그런데 그 즐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떤 일을 할 때 먹고 사는 일차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명예욕,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을 모두 떨쳐버리지 않으면 정말 신나서 즐길 수 없다.

애니메이션 만들면서도 혹은 그림 한 장을 그리면서도 얼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내왔던가. 내가 한 일에 대해 아무도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던 내가 신나고 즐거워 하는 일이 되어야만 그게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될 터.

...그는 이어 “박사를 딴 다음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 아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박사는 커녕 석사 문턱에도 못가봤지만 공부를 위한 공부는 사회적 지위를 올려주는 데 아주 중요하겠지만 내 마음, 영적인 부분의 깊이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마음을 걸고 있는 그물을 치워내는 일. 즐거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늘 반복적인 말을 해대는 내 스스로가 지겨울 때도 있지만 "작심삼일도 100번만 하면 일 년이 간다"던 친구의 말을 떠올려 본다.

2004년 10월 4일 월요일

건너가도 될까요?


혹 늦지는 않았는지
지금 건너가면 날 받아주기는 할 건지
분명 내 눈엔 가능하다는 신호로 보이는데
또 다시 거절을 당할까봐 쉽게 발을 떼지도 못하네.

오래지 않아 지금의 망설임도 필요없는
순간이 오게 되면 더 후회를 하게 될까.

용기도 쉽게 나지 않고 포기도 쉽지 않을 때
그럴 때 난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정말 건너가도 될까?

...촬영 현장

몇 달 전인가보다. 동생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중에 보게 된 영화(혹은 TV 드라마?) 촬영 현장.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어서 뭔가 하고 들여다 보니 한창 촬영 중이다. 얼마 전에 한국 영화 "청연"을 장춘의 한 폐쇄된 비행기장을 보수해서 찍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청연"의 촬영 현장인 줄 알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장진영, 유민은 보이지 않더란 말이지.-_-; 중국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이 사람들도 뭘 촬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제법 그럴싸~

무슨 내용일까?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스텝들은 지나가는 차들도 통제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느라고 정신이 없다. 문득 예전에 "ANYWAY"를 무대에 올리려고 준비하던 중에 라이브 액션 부분을 시청 앞에 가서 촬영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조명기와 반사판, 카메라 등이 왠지 낯설어 보이진 않는다.

혹시 주인공?

촬영을 하는 내내 구경을 하고 싶었건만 녀석들과 함께 있는 바람에 나만 빠질 수가 없었다. '좀 더 볼 걸~'하는 후회가 나중에야...쩝~

장춘과 상해에 영화 제작소가 있는데 장춘은 이제 정부를 위한 홍보영화 등만 촬영한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촬영하는 것도 아마 그런 차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춘이 상해보다 영화 쪽에서는 먼저 시작을 한 도시이건만 왜 지금은 아무런 힘도 못쓰고 있는지... 아마도 영화 산업이라는 게 자본과 불가분의 관계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상해는 국제 도시로써 외국의 자본이 수시로 투입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가만 보면 상해가 중국의 남북으로 볼 때 중간 정도 위치에 있긴 하다. 날씨도 장춘보다는 낫지. 장춘은 겨울에 관련 된 영화나 찍으면 모를까.-_- (가을 날씨도 내가 느낄 때는 좋은데...)

어쨌든, 한국에서건 외국에서건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촬영 현장을 보는 건 참으로 흥미롭다. 장춘에서도 종종 영화 촬영 좀 하지 그래? 그냥, 내가 해버릴까 보다.-_-;;;

2004년 10월 3일 일요일

2004 중국 국제 공자 문화제

TV를 보는 중에 우연히 보게 된 "2004 중국 국제 공자 문화제"

별 행사가 다 있다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큰 행사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몽고, 대만 등지에서 온 무용단, 가수들이 모두 출연해 축제를 빛내주고 있다. 조선족(아마도 한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인지 한국인인지 나와서 한복을 곱게 입고 노래도 하고 공연도 한다. 중국에서는 '공맹사상'이나 '노장사상'이 역시 대접을 받는군.

'화성’보도 2004년 9월 28일자

“2004 중국 취푸(곡부) 국제 공자 문화제”와 “세계 여행일 중국 주회장 경축 행사”가 9월 26일 저녁 공자의 고향인 산동 취푸에서 성대하게 개막을 했다.

중국 방송네트워크 보도에 따르면, 전 전국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왕한삔, 전국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겸 홍콩 중화 총 상인협회 회장 쩡쉔쯔, 전국 정치협력 상임위원회 왕광치엔, 국가 여행국 부국장 구차오시, 산동성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부주임 리밍신엔, 산동성 부성장 쑨쏘우푸, 산동성 정치협력 부주석 장민과 국가 관련 부분 책임자ㆍ산동성ㆍ지닝시ㆍ취푸시의 지도자와 국내외 공자ㆍ맹자ㆍ안회ㆍ증자(공맹안증)의 후예 등이 개막식에 참석하였다.

전 전국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왕한삔이 “2004 중국 취푸 국제 공자 문화제”와 “세계 여행일 중국 주회장 경축 활동” 개막을 선포했다. 전국 정치협회 홍콩ㆍ마카오ㆍ타이완 화교위원회 부주임 겸 화시아(옛 중국이름) 문화 유대 프로젝트 조직위원회 부주임 장웨이차오가 국가 주석 후진타오이 징닝시에 건설하는 “중화문화 표지성”에 대해 하달한 정신을 전했다. 중국 연합국 교과문 조직 전국 위원회 사무총장 티엔시아오강은 연합국에 “공자상 표창” 설립에 대한 상황 보고를 했다.

이번 “국제 공자 문화제”는 국가 여행국과 산동성 인민정부의 주관이며 산동성 여행국과 지닝시 인민정부, 취부시 인민정부 집행으로 치뤄진다. 문화제는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현대문화 발전으로 상호 결합하는 것을 주제로 하며, 대형 국제성 경축 행사로부터 문화, 여행, 학술교류, 경제무역 상담교섭을 하나로 융합하는 항목이다.

문화제 기간에 “공맹안증” 성현의 후예들의 정중한 연합 우호 대회와 세계 사상가 정상 포럼, 성지순례식, 명승고성 개성식 등의 행사가 거행 될 것이다. 더불어 원래의 민간 제사 행사로부터 정부 주관의 제사로 전환된 행사가 처음 거행 될 것이다. 공자묘의 공자 제사는 “취부 국제 공자 문화제”에서 가장 풍부한 특색이 있고 가장 문화적이며 감화력이 있는 행사이며, 국내외 문화계, 여행계에서 줄곧 주목을 하고 있는 문화여행의 항목이다. 올해의 공개 제사는 앞으로 공자묘에서 성대한 개묘 의식으로 거행 될 것이다. 수백 명으로 구성된 제사 의장대는 공자 제사 순례로 진행될 것이다.

취부시 시장 지앙청의 소개의 따르면, 이번 행사는 전국 14개 중요한 여행제 경축 행사 중 하나로 국제 공자 문화제가 되었으며, 이미 성공적인 20회의 행사를 치루었고 농후한 유교 문화 특색, 풍부하고 다채로운 여행 행사로써 독특한 풍격과 매력을 형성했고 국내외 폭넓은 영향을 주었고 유가 사상을 전승하고 동방문화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방의 성스러운 도시 취푸 역시 국내외 여행객들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올해까지 취푸의 국내외 여행객은 360만 명에 다다르며 시의 여행 총 수입은 10억 원(인민폐)을 초과하고 있다.

출처 : http://www.hsm.com.cn/node2/node116/node1486/node1487/userobject6ai197153.html


2003년 행사 모습 1

2003년 행사 모습 2


중국 땅이 크고 인구가 많아서 어떤 행사든지 하기만 하면 몇 백만 명씩, 관광 수입도 몇 십 억(인민폐)씩 벌어들이는 모양이다. 아니지, 결국 행사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이니... 공맹의 명성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한국에서는 공자가 죽여야 나라가 사네 하는 책으로도 많은 이들이 덕을 봤을 텐데 공자의 사상에 담겨있는 진정한 뜻이나 제대로 곱씹고 살았음 좋겠다.

단골 DVD가게에 들려...

중국에 와서 단골집이 몇 군데 생겼는데 그 중에 DVD상점 두 곳은 내가 자주 가는 집이다. 한 곳은 그 집이 돈을 좀 벌기 전부터 알게 되었고 내가 온 후에 돈 벌어서 가게를 옮기는 것도 보게 되었지. 다른 한 곳은 작년에 장춘 지리에 그리 익숙하지 않을 때 길림대 애니메이션과 이사장(?)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모시고 갈 때 얼결에 따라가 알게 된 집이었다. 그곳이 중국 친구가 소개해 준 후에야 작년에 가봤던 집인 줄 알게 되었지만...

오늘 바람도 쐴 겸 볼 만한 영화가 나온 게 있나 해서 가봤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집. 가면 늘 반갑게 맞이해 주는 두 명의 여자 복무원. 중국 사람들에 비해 DVD를 많이 사는 편이어서 그런지 더 잘해주는 편인 것 같기도 하고... 더구나 이번에 애니메이션 행사에 참석하러 오신 한국분들을 모시고 가서 한 몫 팔아줬으니...-_-; 어쨌든!

좌측은 중국드라마 VHS

책장쪽은 비교적 좋은 DVD


위처럼 생긴 곳에서 골라야 한다. 자주 가면 대충 어디서 고르면 되는지 알게 되지만 처음가면 일단 많은 양에 놀라기도(?) 하고 정품이 아닌, 좀 후줄그레하게 생긴 것에 대해 놀라기도 한다. 이런 공간의 한 3-4배 쯤이라고 하면 될까? 이 곳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 편이긴 하다. 장춘이 불법 DVD의 최대 시장이란 사실이 실감나는 곳. 질이 좋지 않은 것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충분히 볼만하지. Special Feature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원 가격(6원)의 세 배(18원)를 내면 거의 정품과 같은 걸 구할 수도 있다. 하긴 중국에서 파는 정품 DVD가격도 약 20원~40원 선이라고 들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_-a

아~! 상해에 갔을 때 정품 DVD를 산 적이 있다. 상해 미술영화 제작소에 발행한 수묵 애니메이션 특별판. 가격이 38원이었던가? 정말 싸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가격을 주고 사기엔 너무 자주 사기 때문에 생활고가 생길 우려가 있으니 그냥 6원 짜리를 사는 편이다. 사실 정품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싼데... 변명같지 않은 변명을 하자면 오리지널 정품을 보기도 힘들다. 흠~

아래 층은 음반 전문

벽에 장국영 브로마이드가...


오늘은 'Man on Fire'를 비롯해 세 장을 샀다. 정말이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중국은 거의 천국이나 다름 없다. 아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품 음반이 엄청나게 싸니까. 불법~불법~~ 하면서도 중국인들도 혹은 정부도 단속할 뾰족한 수가 없어 바라보고만 있는 듯 하고 이런 현실로 인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나 영화 업계는 중국 DVD시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들었다. 한국도 동영상으로 다운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 인데 종종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불법판이 없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하다.

또 며칠 즐거운 영화감상 시간을 갖겠군.-_-;;;;

2004년 10월 2일 토요일

[mov] 연인 / House of Flying Daggers / 十面埋伏

연인 / House of Flying Daggers / 十面埋伏


감독 : 장이모
출연 : 리우더화(리우), 진청우(진), 장쯔이(시아오메이)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뭐 사랑이란 주제로 수많은 철학자, 종교가, 영화감독, 소설가, 화가 등등이 오랜 시간 동안 설왕설래 해도 막상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느끼는 것과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오랜 시간 탐구해온 통계처럼 진행되기도 한다. 사랑을 단한 마디로 정의 내린다는 것은 아마도 내 정체성에 대해서 딱 한마디로 잘라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난 20대 초반에 아는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내가 하는 사랑에 어느 정도 지침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돌이켜 본다. 그 분이 해주신 말은 “사랑은 이해”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집착이 생기고 원망이 생기고 상처가 생긴다는 것. 그 이해의 폭에는 그 어떤 것도 다 담을 수 있다고 믿었었고 지금도 상당부분 내겐 유효하다.

사랑은 시간이 오래되었다고 더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짧다고 해서 깊이가 얕은 것도 아니다. 사실 이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긴 하다. 간혹 오래 만나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 일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결국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접촉한 시간의 장단에 의해 익어가는 사랑이 아니라 그 접촉할 때의 각자의 마음가짐(마음이 열어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리우와 시아오메이의 3년의 사랑(?)과 진과 시아오메이의 3일(?)의 사랑은 쉽게 속단할 수 있을까? 3년 동안이라도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하고 만나왔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터. 사실 진과 시아오메이의 3일도 마음이 서로 통하고 이해하게 된 시간은 거의 하루 정도의 시간 뿐이지 않았던가. 과정을 무시할 순 없어도 마음이 열리고 닫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지속해가는 노력, 그게 바로 이해라는 틀에서 생각해 봄 직 하다. 영화 속 세 사람의 사랑은 아마 그들만이 제대로 알 것이다. 다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 나의 생각은 리우의 마지막 행동은 약간의 집착이 가미되었고 진의 사랑은 남성의 전형적(?)인 표현이 슬쩍 비춰진다. 그런 면에서 시아오메이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결과적으로 진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긴 했지만 그녀의 고민은 타당하다. 게다가 그 멋진 두 남성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0-;;;

내 관점으로 영화는 한국 인터넷에서 악평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꽤 괜찮게 봤다. ‘영웅’보다는 훨씬 좋다고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색감과 사운드였다. 색감이야 뭐 말할 것도 없겠지만 사운드는 정말 잘 입혀졌다. 사운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등장인물들의 거친 숨소리였는데 난 이게 어떤 성적 표현의 방법으로 쓰인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진과 시아오메이가 관군에 쫓겨 도망갈 때 숨소리가 더 거칠고 크게 들렸는데 이 둘의 성적 묘사를 하지 않고도 숨소리만으로도 이들 둘의 관계가 점점 깊어진다는 상징적인 효과를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중국에서 찐한 성적 표현은 할 수 없었을 테니 이런 편법을 썼을 수도. 그런데 편법이건 아니건 그 효과는 영화 내내 상당한 효과를 전달해 준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장쯔이의 춤 씬. 장쯔이가 원래 무용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그 유연한 몸놀림이라니.-0- TV에서 영화 촬영기가 좀 소개되었었는데 사실 그 춤 씬을 찍으면서 고생을 무척 많이 했다고 한다. 특히 손에 감은 천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등…하긴 영화는 편집의 예술 아닌가. 그렇게 찍고 찍은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을 모아놨으니… 연주와 춤의 싱크도 끊어지지 않고 잘 연결되어서 참 멋지다는 생각 밖엔. 장쯔이의 장님 연기가 역시 장이모 영화 “행복한 날들/happy time/幸福时光”에 나온 둥제(董潔)의 연기와 비슷한 게 보였다. 이 둥제라는 배우도 장이모에게 발탁된 신인이었는데 장쯔이를 많이 닮았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영화 중에 가장 이해가 안되었던 장면은 갑자기 눈이 내린 장면이 아니었다. 칼에 맞고 한참을 쓰러져 있던 시아오메이가 리우와 진이 한참을 싸울 때는 죽은 듯 있더니 나중에 서로 결정적인 상황이 되니까 벌떡 일어나서 칼을 뽑겠다고 악을 쓰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해도 그것만큼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이 내리는 것이야 그들의 사랑싸움이 하늘을 움직일 정도 그랬다던가, 혹은 장이모의 욕심으로 설경에서 싸움을 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겠지. 게다가 중국은 워낙에 넓으니 그런 기후변화 정도는 감안이 된다. 그런데 시아오메이의 벌떡 일어섬이란!!! 영화 보다가 내가 벌떡 일어날 지경이었다.-_-;;; 그것만 빼고는 이해를 충분히 하고도 남는 이야기였다.

잡설 하나; 한국에서 중국영화를 볼 때는 자막에 의존해서 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자막 번역을 한 사람의 뜻대로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 느낀 건데 중국어를 들으며 중국어 자막을 보며 영화를 보면 한국 자막 중에 상당부분 제대로 된 전달을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 애들의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한 지금이라면 내 경우에 ‘연인’의 경우에 내용도 그렇게 형편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시작 전에 알려주는 큰 역사의 흐름은 삼각관계를 만들기 위한 장치였을 뿐(그러니 마지막 관군이 비도문을 포위해 들어갈 때도 전투 씬이 등장하지 않는다.)이고 장이모가 TV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무협형식을 빌린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보면 난 충분히 이해를 하고 몰입을 할 수 있었다.(절대 중국어 좀 한다고 잘난 체 하는 게 아님.-_-;;;) 아마 영어를 좀 하는 분들도 영어권 영화를 원어로 보려고 하는 이유 중에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잡설 둘; 장이모가 상업적으로 돌아선 두 번째 영화(내 기억으론) ‘연인’. ‘영웅’ 다음으로 찍은 영화인데 중국 내에서 관심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제작비를 빼고 약 30억 원을 들여서 중국 CCTV에서 ‘연인’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하 쇼를 했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는 중국 정부(공산당)의 지지가 있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TV에서 그 쇼를 보는데 중국의 유명한 가수들, 연기자들이 모두 출연해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불법 DVD가 나오는데도 시간이 한 참 걸렸다. 중국 정부에서 단속을 열심히 했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장이모 띄워주기 행사를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아테네 올림픽 폐막식 8분 중국편’과 ‘북경 올림픽 개폐막식’의 감독 장이모를 세계에 알리려고 했던 수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장이모는 지금 영화계에서도 중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니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중국 영화계(애니메이션 포함)가 뛰어넘어야 할 벽임을 감안하면 일종의 희망을 주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아, 그런데 제목이 '연인'이 뭐냐고-_-; '십면매복'이라고 하면 이상한가? '연인'은 너무 직설적이잖아. '십면매복'은 뭔가 2-3중의 복선이 있는 것 같고...나만 그런가?-_-a

2004년 10월 1일 금요일

10월 1일 중국 국경절과 신장 소수민족

국경절이라고 중국인들은 다들 7일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즐거움에 들떠있는 듯 싶다. TV에서도 항일전쟁, 국민당과 공산당과의 전쟁에 관련된 영화나 혹은 인민들의 정서를 위한 영화, 쇼프로그램 등이 아침부터 방영이 되고 있다. 마치 한국 추석 때 영화며 각종 특집 프로그램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부시시 눈을 뜨고 TV 채널을 여기 저기 돌리다가 CCTV3에서 공연 비슷한 걸 한다. 복장이 독특해 주의해서 봤다. 제목은 "중국 공산당학교 '신장반' 성립 50주년 기념행사"라고 하네.

화려한 춤...

콧수염을 기른 아저씨와...


공중에 점프;;;

예쁘게 입고...


아름다운 아가씨...

화려한 의상들


신장이나 시장(=티벳)은 소수민족 자치구인데 독립을 원하는 민족으로도 유명하다. 문득 TV를 보면서 아이러니하다고 느낀 것은 한 편으론 독립을 이야기 하고 한편으론 중국 공산당에 축복의 메시지를 보내는 이런 공연을 한다는 것. 물론 강경책이건 회유책이건 지도자들이 다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국경절에 나라가 없이 중국의 한 소수민족으로써 중국 국경절을 축하한다니 마음이 좀 그렇다.

사실 지금 고구려 역사 문제를 들먹이는 것도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조선족 자치구를 중국의 한 역사로 흡입하려고 하는 욕심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친구들에겐 나도 "국경절 축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우리들 사이엔 국경절은 단지 하나의 긴 휴일(혹은 명절?)이라는 것. 어쨌든 TV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신장의 선남선녀들을 보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중국 작가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람은 역사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사람을 바꾼다." 물론 역사를 써내려가는 건 사람이겠지만 그 역사 앞에 쉽게 변해가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일정부분 동의한다.

뭐...어쨌든 국경절 7일 휴가가 시작되었으니 중국은 여기저기 고향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바글거리겠다. 난 조용히 집에서 영화나~^^

신장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긴 하다. 특히 지금 중국의 대표(?)적 음식으로 알려진 양로우촬(양꼬치 고기)이 신장의 전통 음식 아니던가. 여기 장춘에서 가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 신장족이란?..



:: 신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