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1일 토요일

당구를 치다가...

아침에 잠을 잘 못잤나 싶게 늦게 일어났다.
늦게 일어나서 샤워를 좀 하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앗! 인터넷 회사다...반갑긴 한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왜 나한테 전화를 했을까. 강산에게 전화가 가야 맞는데...
어쨌든 버벅대면서 얘기를 했는데...그쪽에서는 잘 못알아듣는다.
어렵게 어렵게 강산이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이 녀석... 핸드폰이 꺼져있단다.
후배들도 학교에서 지아지아오가 있다고 다 학교 갔는데...흠..
어쩔 수 없이 안되는 이야기로 그냥 집으로 오라고 그랬다.
컴퓨터, 인터넷은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결국 그 직원이 와서 대충 어리버리 얘기하고 잘 설치하고 돌아갔다...
이제 인터넷이 된다.
 
인연들 글에 답글 달고 밀린 일기 올리고 있으려니
규이랑 치우메이, 스동, 탕탕...농구하러 가자고 전화하고 왔다.
비가 내려서 실내농구장을 찾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농구장을 서너 군데를 돌아다녀도 자리가 없어서
합의를 본 결과 당구를 치러 갔다.
여기는 거의 대부분 포켓볼인데...한국음악이 줄기차게 흘러나오고 사람들도 북적댄다.
자리가 잘 나지 않아 남자들 셋만 치고 여자들 둘은 그냥 구경만 한다.
 
당구를 치다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한국과 중국과 포켓볼 치는 방식이 일반적으론 같아도 조금 다른 특이한 점이 있는데
실상이 이렇다.
한국에서는 예를 들어 공을 쳐서 우연으로 포켓으로 공이 들어가도
친 사람의 운이나 실력(보통 뽀로꾸...-_-;;라고 함)이라고 인정한다.
운도 실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중국에서는 자기가 친 공이 우연히 들어가게 되면 '멍따'라고 해서 인정을 하지 않는다.
즉 여기에서는 본인의 실력 이외에 들어간 공은 부정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국제룰일지도 모른다.
아니, T.V에서 포켓볼 경기를 몇 번 본적이 있는데 정확한 룰은 모르겠지만
우연으로 들어가도(그럴일이 거의 없지만) 인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우연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대 인정을 하지 않는다.
이게 만약 중국사람들의 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어떤 습관이라면
배울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운이건 실력이건 간에 결과를 중시하는 것이라면
중국은 본인의 실력 외에는 자신도 타인도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
이게 내가 좀 과도하게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당구 몇 게임 치면서 들어지는 '감각감상'이랄까...
 
나는 내 스스로의 노력과 실력에 의해 지금 이 자리에까지 서있게 되었는가.
아니면 내 주변 사람들 도움에 힘입어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내 스스로가 나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객관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것...
그건 분명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남들에겐 관대하되 스스로는 쫌생이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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