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5일 토요일

짧고도 긴 하루.

아침에 일어나 공부 좀 하다가
점심이 되어서 밥을 이것저것 넣고 볶아먹고는
잠시 쉬고 있는데 졸음이 밀려온다.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5시가 되어간다. 헉...
오늘 맡긴 T.V를 찾아와야 하는데...
허겁지겁 수리부에 갔더니 이미 문을 닫았다.
밖에 나간 김에 옌궈에게 전화를 해본다.
혹시 태평양 백화점에 있으면 얼굴이나 보고 갈려구...
집에 있다고 집으로 오란다.
 
찾아올 수 있겠냐고 그러는데 음...별로 자신은 없다.
한 번 밖에 가보질 않아서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싶다...
하지만 혼자 찾아가서 집 근처에서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데 자꾸 처음보는 동네가 나오고 이상한 건물들이 보인다.
마음이 조금 급해진다. 그래서 전화를 다시 했다...
사는 동네가 어디냐고 물으니 '바이후이지에'라고 그런다.
음...지금 내가 있는 곳은 '칭화루'인데...흠..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참 길을 가는데 역시 또 모르는 곳이다.
결국 지나가는 남녀 한쌍에게 말을 걸어 길을 물었다.
헉...원래 가야할 곳의 반대방향으로 왔던 것이다.
허겁지겁 되돌아가면서 지리도 익히고 잠시 마음에 평정을 찾아본다.
 
작년에 왔을 때는 길을 잘 모르거나 그러면 긴장되고 그랬는데
이제는 장춘에서 산다는 이유때문인지 긴장되거나 하진 않는다.
사람들 사는 모습들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면서
친구 집에 찾아갔다.
같이 저녁을 먹자고 그래서인지 장을 보던 중이었나보다.
집에 앉아서 나보고 자기 대학동창 얼굴 좀 그려보라고 해서...
못그리는 실력으로 어설프게 그려주고 한국글씨도 써가며 중국글씨도 써가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한다.
왜 그러나 싶은데 금방 낫지 않을 기색이다.
친구에게 약 좀 달래서 먹고 참아보는데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날 위해서 요리도 하고 비싼 백주도 따라 놓았는데
집에 가겠다고 하니 다들 서운한 표정이다.
난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소화제를 먹어야겠어서 집으로 기어이 돌아오고 말았다.
 
택시를 잡아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집이 가까운 편이니...)
도로변을 걸어 집으로 오는데 배 아픈 게 좀 나아지는 듯 싶다.
다시 친구 집으로 되돌아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느낌이 별로여서
집에 와서 오자마자 약을 먹고 전기장판 불켜고 잠시 누웠다.
 
몇 번 설사를 했는데 생각해보니
낮에 먹은 음식이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뜨겁게 한 음식을 먹고 찬 물을 마셔서 그랬던 걸까?
담부턴 음식을 조심히 자알..먹어야쥐...
 
잠이 들듯 말듯 그렇게 뒤척이고 있는데
충훈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성호네 집들이하는데 계모임한다고...전화한 번 할 줄 알았는데 안했다고 하면서...
문성, 경민, 철, 태호, 흥연, 상구...
오랜만에 녀석들 목소리를 들으니 참 반갑고 좋다...
다들 내 걱정해주느라 고마워 몸둘 바를 모르겠다.
고맙다...친구들...!!
 
짧고도 긴 하루.
하루가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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