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8일 수요일

자유와 방종 사이

비가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다.
어제도 하루종일 내리다가 저녁에 멈추는 듯 했는데...
강산이가 어제 원희와 함께 술을 먹자고 그래서
코리안(可利安)이란 한국 술집에 가서 소주를 몇 병 먹은 탓인지 아침에 좀 더 자고 싶었다.
그래도 연휴 후에 첫 수업인데 늦을 수가 있나.
6시 30분 즈음에 일어나 샤워하기 위해 온수기 전원을 켜고(약 40분? 정도 걸린다.)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강산이는 아래층 미용실 사람들이 찾아올까봐 그제 밤에 이어 어제 밤도 함께 잠을 잤다.
옆에서 곤히 자고 있고 밖에는 비가 오고 학교갈 준비를 했다.
강산이를 깨워 어떻게 할거냐고 하니까 더 자겠다고 그런다.
비가 점점 거세진다. 서둘러 학교를 갔는데 거의 정각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나와 계시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연휴 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이미 수업은 시작한 후였다.
중국에 와서 수업 첫 날부터 느낀 건데 한국 유학생들은 조심성이 부족한 듯 보인다.
거의 대부분이 여자이고 남자들도 꽤 되는 편인데 나이가 어린 듯 보인다.
당연히 여자들은 학교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오거나 교환학생으로 오니 어릴테고
남들은 군대를 다녀왔어도 20대 중반 즈음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업에 늦어서도 문을 쾅쾅 여닫고 들어오거나
발걸음도 씩씩(?)하게 자리에 찾아 들어가고
게다가 의자를 빼면서도 드르륵 소리가 거슬릴 정도로 수업에 방해를 주며 자기 할 일만 한다.
비도 오고 그래서 그런지 더 신경이 쓰이고 슬쩍 짜증도 난다.

더 비교가 되었던 게 우리 반에 있는 서양 외국인 남자 때문이었는데
외국인은 일본인 서넛을 빼고는 프랑스에 온 남자 한 명 뿐이다.
그 남자가 들어오는 모습은 한국 유학생들과 같은 국적을 가진 내가 더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와 선생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살짝 까치발을 해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수업에 되도록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면서 말이다.
그 외국 유학생도 나이가 들어보이긴 한다만...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인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수업이 이미 시작 중이고
다른 사람들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가?
 
여기 수업은 조금 자유롭고 편한 게 사실이다.
수업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것도 알아서 자유롭게 다니고
일이 있으면 수업을 빼먹기도 하는 등 행동은 자기 자신에게 자유롭게 맡긴다.
화장실을 갈 때도 한국학생들은 너무도 소란스럽게 당당하게 왔다 갔다 한다.
내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과를 다닐 때도 젊은 동기들에게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이 곳 학생들은 좀 심하다 싶다.
후배들하고 얘기하다보니 조금 이해도 될 듯 하다...
대부분 유학을 오는 학생들은 그래도 여건이 되서 오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한국보다 물가가 싼 이곳에서 주어지는 자유는
그들에게 감당이 안되는 방종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돈의 풍요로움이 생활의 흐트러짐까지 가져오게 되는 것으로 봐야하나?
 
내가 이런 것에 왈가왈부 할 처지가 되는지 어쩌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싶다.
흠..아니면 나만 빼고 서로들 다 친한 사이들이라서 그런가?-_-;;;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좀 배려하는 면학분위기를 만들어 봅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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