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일 수요일

...새로운 호흡

사무실에 전에 알던 동생과 함께 손님들이 다녀갔다. 계원 출신 예종 졸업생도 있고 예종 재학생도 있다. 다들 실력들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작품을 하고 싶다"다. 먹고 살기 위해, 입에 풀칠하고 살기 위해 부득불 학습지 일러스트를 하고 있다는 얘기며 이젠 보기만 해도 역겹다는 삐그덕 거리는 단순한 움직임의 플래시들... 직접 뛰어다니며 일을 만들고 진행하고 싶어도 그러려면 그림을 포기해야 하는 삶 터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악순환이 거듭되는 상황들...

문득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첫 마음과 지금 마음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보람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들과 대화하며 말이야 번듯하게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떠들고 있지만 현실은 내가 처음 애니메이션을 하던 때보다 더 나아진 건 없는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은 현실 조건이 나아진 게 없음과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가치에 대해서 소홀한 점이나 혹은 알고 있음에도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스스로의 의지를 현실 조건 탓으로 돌리는 문제점들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물론 열심히,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작품을 만들며 애니메이션이 현실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에겐 지금 적은 글들이 결례가 될 수 있음을 안다.

방법은 무엇일까. 아무리 세계 각지를 떠돌며 새로운 공기를 들이 마시며 숨을 쉬어도 공기의 새 맛을 분별하지 못하면 그냥 이 자리에서 숨을 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혹 어쩌면 벗어날 방법도 없는, 육지의 끝머리 조차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푸념만 늘어놓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보기에는 애니메이션은 여기저기에서 만들어 지고 있고 일상 속에서 아주 익숙하게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있다. 그게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새롭게 숨을 쉬지 않으면 이미 탁해진 공기를 충분히 마시면서 면역이 생길 터. 노력은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보다 "빨리!" 현실을 이겨내거나 이상을 이루어내는 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함은 우주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자신의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삶을 콘트롤 당하는 지금 사회에선 꾸준함이란 "시간"과의 싸움일 수 있다. 그 시간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보다 나은 가치 실현를 위해 최대한 빨리 한 걸음 떼어놓는 것.

그럼, 난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인가? 숨은 새롭게 쉬고 있는가?

내 삶의 가치가 애니메이션 어느 지점엔가 있다면 그 가치는 도대체 뭐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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