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6일 수요일

드디어...!

아직 일이 다 끝난 건 아니기에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조금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생각만으론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던 일들이 조금씩 마무리가 되어가며 정리가 되어간다. 이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서 마음이 여전히 조급하지만 역시 바쁠 때일수록 마음 다잡는 건 필요하다. 바쁘다고 챙기지 못하는 게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는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 생노병사의 이치 하나 깨우치지 못하고 이런 일 하나 하면서도 바쁘다, 힘들다는 건 변명이다.

다만, 일이라는 건 개인의 힘으로, 단체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한계는 분명 있는 것 같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만용이다. 일의 흐름과 일의 성격 그리고 일에 대한 직관이 있으면 어떤 일이든 순리대로 해갈 수 있다. 그 "순리대로"라는 게 쉽지 않은 걸 알지만 그 방법은 일하면서 터득할 수 있다. 일이 이번처럼 밀리지 않기 위해 화두를 품어봐야 겠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만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속으로는 앞으로 이런 일은 안해야지...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물론 밥 한끼 먹는데도 숟가락과 젓가락,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같은 도구가 필요하고 반찬을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밥을 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이 모든 도구와 재료를 갖추고도 그 한 끼의 밥이 맛있는지 없는지는 여전히 변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한 끼의 밥을 잘 먹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건 늘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만 만들며 살 수는 없는 일이겠지. 사람도 만나 흥정도 해야하고 밀고 당기며 속에도 없는 말을 해야하고 때론 화도 못내고 속으로 끌어 안아야 한다. 기획, 제작, 편집까지 모든 공정을 열심히 해내고도 마지막 작품은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다. 그런 오차들을 끊임없이 줄여가고 노하우를 쌓아가는 일만이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게다.

이제 남은 시간 마무리 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이 일 마무리 됨과 동시에 다른 일도 또 마무리 해야지. 그렇게 일은 하나씩 마무리 되고 내 삶엔 나이테가 생긴다. 나이테가 진하게 생기는 건 그만큼 진통이 많았다는 뜻이고 그만큼 단단해진다는 뜻. 여전히 해야 할은 많고 가야할 길은 멀지만 "일하는 즐거움"만 놓치지 않기를 마음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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