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31일 수요일

여닫이.

2003년이 가고 2004년이 온다.
 
한해를 돌아보니
2003년 한해는 정해진 일없이 직장없이 근근히 버텨냈던 1년이었다.
 
1월에 춘천 박물관 애니메이션 만들고
양재동 사무실 나가서 동생들 모아서 애니메이션 만들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고
뮤지컬 애니웨이 기획한다고 매주 학교가서 회의하고
아는 분 소개로 책표지 디자인 한 건 하고
부산 국제영화제 로고 필름 만드는 일 처음만 참여하다가 그만두고
음..또 무슨 일이 있었나...
 
어쨌든 금전적으로도 풍족하지 못했고
진행되는 일마다 좋은 마무리가 생기지 않아서 그리 흡족하진 못했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다가, 겪고나서 중국에 와서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힘든 것은 힘든 것이로되 그 힘든 것에 그렇게 많이 매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 와서는 한국에서보다 활동력도 떨어지고 하는 일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바쁘고 공부하고 지냈던 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사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잠깐의 시간만이 흘러간 듯한 느낌들...
 
때론 버겁게 채워넣기도 한 '하루의 기록'만 개근을 했지만
지난 4개월 여의 시간동안의 지난 흔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년에 내가 살아야 할 모습도 보이고
지금의 내가 변해가야 할, 지켜내야 할 것도 보인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그리고 또 하루를 맞이한다.
 
하루가 바뀔 때마다 늘 신선한 생각, 새로운 태도로 거듭될 수 있길 바란다.
 
내 아는 모든 인연들, 알지 못하는 인연들...
모두모두 건강하고 의연한 삶이 되기를...
작은 행복, 큰 행복 골고루 누리면서
아픔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도 갖춰가기를...
 
전쟁이 빨리 끝나고 부정부패하는 공무원들, 국회의원들 정신차리고
서민들이 평범한 소시민들이 열심히 살아 참 노동의 댓가를 아는 세상이 오기를...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시기와 질투, 반목보다는 평화와 화해와 이해가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게 너무 꿈같긴 하지만 이런 꿈이 정말 실현될 수 있는 날이
되도록 빨리 오기를...바라며...
 
2003년의 마지막 날 문닫이를 한다.
2004년 문열이 준비해야지.

2003년 12월 30일 화요일

인연.

초급반에서 수업을 듣다가 후반부에 중급반에 며칠 나갔는데
어찌저찌하다가 중급반 회식자리에 함께 되었다.
후배가 사람들 얼굴도 익힐 겸 같이 모여 식사하고 놀자고 그런다.
 
저녁에 사람들을 만났는데 벨기에(여), 러시아(여), 미국(남), 일본(여1,남1),
그리고 한국(남3,여3)까지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이다.
모두들 중국어가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지라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데도 정신이 없다.
후배가 제일 말을 잘해서 알아서 적당한 음식들을 시켰다.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술도 몇 순배 돌고 하다보니 분위기가 고조된다.
후배의 제안으로 3,6,9게임을 했는데 모두들 즐거워한다.
게임도 국경은 없는 모양이다.
 
한참을 놀다가 맥도날드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집에 먼저 갈 사람들 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노래방에 갔다.
벨기에 친구 빼고는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으나
함께 팝송도 부르고 중국노래도 부르고 어우러졌다.
신나는 노래를 할 때는 춤도 추고 모두들 즐겁다.
 
노래방도 끝나고 벨기에 친구와 다른 한국 친구는 먼저 유학생 기숙사로 돌아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또 자리를 옮겨서 꼬치와 탕을 시켜놓고 술 마시며 얘기들을 나눴다.
 
중국에 온 뒤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과 함께 한 자리는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은 편하기도 하고 그런다.
이런 자리가 많아질수록 중국어 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을
모두들 잘 알고 있어서 다들 조심하는 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인연이란 것 참 묘하고 묘할 뿐이다.
한 번 스치기도 어려웠을 사람들, 중국에서 만나 인사하고 서로 이름이라도 알게 되는
이런 인연들이 개개인마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아주 커다란 인연의 덩어리가 느껴지는 듯도 하다.
 
헤어지고 만나는 인연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 일
나와 너의 보이지 않는 끈을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고
나와 너를 잘 바라볼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
오늘도 고마운 인연들께 합장.

2003년 12월 28일 일요일

즐거움.

후배도 공부하는 게 힘들다고 토로한다.
혼자 살면서 재미도 없다고 그런다.
시험 준비할 때는 그 준비하는 공부도 하는데
시험이 끝난 지금은 공부도 안되고 심심하다고 한다.
 
그런 후배에게 내가 조언을 해주고 있다.
말도 안된다.
사실 나도 후배랑 비슷하면 비슷한 걸....
하지만 후배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나도 새삼스럽게 느끼는 게 있고
내 마음도 챙기게 되고 그러긴 한다.
 
누군들 공부가 좋아서 하겠는가.
하긴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사람이 매년 등장하곤 하지만
그 몇 명을 빼놓고서는 공부가 쉽거나 재밌진 않을터...
 
예전에 사물놀이를 배울 때
장구가 양손을 움직이는 악기라 비교적 어려워서
처음에 북부터 배웠었는데 나중엔 장구가 그렇게 배우고 싶더라.
그 때 장구가 그렇게 늘지도 않고
또 어려워서 재미를 그렇게 붙이지 못하던 나에게 선배가 하던 말...
'즐기는 것만큼 잘 배우는 것 없다'
 
물론 어떤 유명한(?) 사람도 한 말이긴 하지만
그 때 장구를 즐기면서 하게 되었고 배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것과 뇌를 움직여서 하는 건 분명 다르긴 하지만
즐기지 못하면 배우는 것도 더디고
재밌지 않으면 배우는 효과가 떨어지는 건 확실한 듯 하다.
 
'할 줄 안다는 것은 노력하는 것만 못하고
노력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했던가....
 
잘하던 못하던 간에 즐기면서 하고 싶다.
그 즐기는 마음을 온 몸으로 습득해서 습관처럼 내 생활처럼 하고 싶다.
 
즐겁게 살면 숨쉬는 그 순간까지도 행복하고 고마운 것을.
즐겁게 살면 어려움도 배우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을.

2003년 12월 27일 토요일

주말.

하루종일 집에서 영화를 봤다.
 
한 편, 두 편...
 
보다가 졸고 졸다가 자고 일어나서 보고 그러다 밥 먹고
나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해야지...하는 막연한 의무감에 사로잡히다가
오늘같이 무료함이 밀려오는 날엔 영화만 보고 있다.
 
인터넷으로 기사 검색도 하고
조선족 식당에서 청국장도 시켜 먹고
 
마치 한국에 있는 듯...
문득 지금 이 시간 쯤엔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술 한잔 하자고 할 것만 같은...
 
가뿐하게 샤워하고
상쾌하게 또 영화봐야지.

2003년 12월 26일 금요일

[ani] The Iron Giant - 아이언 자이언트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1999) 
연소자 관람가/ 87분 / 애니메이션,SF,가족/ 미국


어쩌면 아이언 자이언트(철거인)가 더 사람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슈퍼맨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는 장면에선 한 편으론 어색하고 한 편으론 슬쩍 감동을 받는 이질적인 감정의 경험을 했다.
정부요원 켄트 맨슬리는 죽이고 파괴하는 일이 자신의 숙명이고 사명인 양 생각하는데 그것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 시키려 한다. 그 모습이 요즘 종종 보아오던 요즘의 상황과 오버랩이 되면서 씁쓸함과 분노가 일어났다. 애국을 위해서 나라를 지키는 일을 위해서는 몇 명의 목숨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 타인의 고통은 나라를 위해 감수해도 된다는 지극히 파시즘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사실 그런 사람들치고 스스로 희생하고 직접 선두에 나서는 경우는 정말 보지 못한 것 같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속에 폭력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총이라는 무기를 보거나 누군가의 공격을 받을 때는 그 폭력성이 엄청난 무기와 함께 겉으로 표출이 된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고 느낀 건 이런 점 때문이었는데 사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전형적으로 착하거나 나쁘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로봇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분노할 줄 알고 아픔을 느낄 줄 알며 행동할 줄 아는 것이다.
로봇의 생김새가 미야자키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로봇과 비슷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 그리고 나중에 무기를 사용하는 로봇으로 변할 때 그 무시무시한 변신모습은
잘 설계된 메카닉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본 로봇물에서 꼭 등장하는 게 변신, 결합, 합체 등의 주요장면 아닌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큐빅스도 그런 장면이 꼭 등장하곤 하는데 로봇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그게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랄까?

미국에서는 거대로봇물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참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고 게다가 잘 만들어진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워너가 가끔씩 이쁜 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가장 웃으면서 봤던 장면은 아이언 자이언트가 호수에 다이빙을 하는 시퀀스인데 묘사가 아주 멋지다. 감독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 장면을 가장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적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들이지만 성우들이 흥미롭다. 주인공의 엄마인 애니는 제니퍼 애니스톤이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철물점 주인 딘은 해리 코닉 주니어이며 아이언 자이언트는 생긴 것도 비슷한 빈 디젤이다.

사운드도 참 좋았고 특히 아이언 자이언트는 모두 3D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2D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제작진이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들의 모습은 좀 상투적(?)이랄까? 하지만 배경의 묘사, 칼라 등은 인상에 남는다.
로봇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한다.

착각?

내가 내 스스로를 착각하고 있는가.
 
가능한 걸 가능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가능하지 않은 걸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가끔 생활의 면면을 보면 내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괜한 몸부림을 하는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내 자신의 삶이기에 부득이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그 주관이 지배하게 되면 아집이 생기고 독선이 생길 수 밖에.
 
나와 관계없는 일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며
좀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세심함도 필요할 듯 하다.
 
여전히 갈길은 멀다.
 
그 먼길을 즐겁게 갔으면 싶다.

2003년 12월 25일 목요일

事後頓空(사후돈공).

성탄절이라 그런지 학교에 사람들도 별로 없다.
곧 수업도 끝나가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수업 끝나고 후배가 성탄절인데 자축이나 하자고
점심이나 같이 먹자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챙기는 기회가 생겼다.
사람과의 관계, 마음의 운용, 그 마음을 표출하는 방법들...
어쩌면 복잡하고 어쩌면 간단해 보이는 이 일련의 연결고리들은
평생 풀어가야 할 숙제임엔 틀림 없는 듯 싶다.
 
문득,
對境知止, 執事全一, 事後頓空 이란 말이 떠오른다.
 
경계에 대해서는 그 앎에 멈추고
결정을 한 후에는 그 일을 일심으로 오롯이 하며
일이 끝난 후에는 허공처럼 마음을 비우라...는...뜻이다.
 
살아가며 수많은 경계가 생길 때 과정과 결과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왕왕있으나
일단 숨을 고르고 마음을 고르고 잠시 멈추는 방법도 좋다.
어떤 취사를 해야 하는지 지금의 상황과 나의 관계를 살펴보고
앞서지도 물러서지도 않고 그 앞에 서서 잠시 멈추고 바라보는 것.
 
물론 일을 오롯하게 하는 것도 어렵긴 하지만
하지만 일이 끝난 후 집착, 상(像)을 버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 상이 남겨져 있음으로 해서 자꾸 지난 일에 마음이 쓰이고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오롯한 판단, 취사를 할 수 없게 됨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비운다는 건 정말 어렵다.
퍼내도 퍼내도 다시 채워지는 요술 항아리에서 물을 퍼내는 일같기만 하다.
 
성탄절,
모두 모두 행복한 마음이 들어앉아 활짝 피어나길 바람.

2003년 12월 24일 수요일

이브.

크리스마스 이브?!
중국친구가 집에 와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한다.
다른 친구들도 와 있다.
모두 8명... 식사하고 술도 마시고 나름대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들이다.
 
얘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한 10시쯤 기차역 가는 도중에 있는 공원에 가잔다.
그 시간에 왠 공원이냐니까 빙등제를 한다고 그런다.
얼음조각 전시라...하얼빈 빙등제는 정말 유명하지만 장춘은 있는지조차 몰랐다.
 
택시를 타고 기본요금 거리를 가니
화려한 얼음조각들이 보인다.
하얼빈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규모는 작아 보인다.
하지만 깜깜한 저녁에 온갖 색등을 얼음 안에서 밝히는 모습이 보기 아름답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입장표를 팔지 않는다 한다.
게다가 문도 곧 닫는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오는 수 밖에...
 
이른 저녁에 보니 크리스마스가 내일이라 그런지
거리마다 산타 모자를 쓴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눈의 띄고
사람들도 선물을 산다고 바쁜 모양이다.
 
이벤트성으로 변해가건 혹은 성탄절의 의미를 새기건 간에
사람들 마음이 조금 더 기뻐하는 듯 하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 같아 좋다.
 
오늘은 비교적 따뜻했는데 내일은 추워진다고 한다.
추위가 사람들 몸은 차갑게 얼릴지언정
마음까지는 얼리지 못하는 것 같다.
즐거워하는 사람들 속에 내 마음도 덩달아 좋아지는 듯...

2003년 12월 23일 화요일

말 & 행동.

오늘 큰누나가 세째 아기를 출산한다고 그랬는데
며칠 미뤄지기로 했나보다.
건강하게 세째를 세상 밖으로 보내줬으면 싶다.
물론 누나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친구랑 저녁을 먹는데 고기 뷔페다.
예전에 한국에서 그렇게 유행했던...
그런데 가게 목이 좋지 않아서인지 손님은 그렇게 많진 않다.
일인당 15원씩...그리고 5원짜리 쿠폰을 준다.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 여러 과일들, 빵, 야채들을 양껏 먹을 수 있다.
 
배불리 먹고 돌아오는 길...
요즘 중국어가 잘 안되는 이유도 생각해보고
공부가 잘 안되는 이유도 생각해보고
보아하니 대부분 중국어에 관한 관심 뿐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나 목표는 조금 접어진 듯 하고...
말이 빨리 늘고 듣는 게 빨리 늘어서 중국어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사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만약 중국에서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나름대로 계획도 정리하고 그래야 할텐데
이건 당췌 공부가 잘 안되니 참 걱정이기도 하다.
첫 술에 배부르겠냐마는 그런 생각으로 벌써 4개월 째 접어들고 있다.
 
하면 금방금방 늘 것 같은데
생각처럼 잘 안된다.
이유가 뭘까.
아니, 이유는 아는데 행동으로 잘 안 옮겨지는 이유가 뭘까...
 
올해가 지나면 지아지아오도 새로 구하고 공부도 새로 마음 다잡고 해야지...
아니, 올해가 가기 전에 시작해야지...
....라고 맘 먹긴 하지만 정말 해야 하는거지...
말로는 뭔들 못할까...
 
여전히 중국어는 입 안에서만 맴맴 돌고 단어는 머리 속에서만 뒤죽박죽이고
귀는 귓밥을 파내도 먹먹하고
그러면서도 난 지금 중국물을 먹은 사람마냥 되가고 있다.
참 우습다.

2003년 12월 22일 월요일

~없기를 바라지 말고...

가난한 농부가 세상을 만든 을 찾아갔다.
"부탁이 있소. 당신이 진정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일년만 일기가 고르게 해주시오.
딱 일년만 비와 기온이 알맞게 된다면 내 곳간은 가득 차게 되고 난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소"
 
농부간청을 들어 주었다.
고른 날씨, 알맞은 비, 곡식은 무럭무럭 자라 이윽고 수확의 철이 되었다.
한데 가을걷이를 해본 농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곡식 낟알이 죄다 껍질 뿐 어느 것 하나 알이 영글어 있는 건 없지 않은가!
 
농부는 다시 을 찾아가 항의했다.
"왜 이런 좋은 조건에서도 곡식은 헛쭉정이 뿐입니까?"
 
그러자 은 말했다.
"곤란과 갈등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둥과 비바람, 가뭄과 홍수 끝에 고심참담하여
거두어 들인 것만이 알맹이가 있는 법이니라"
 
곤란과 갈등을 치루지 않은 삶에는 알맹이가 없다.
 
혹 완벽한 어떤 조건을 바라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건 지금의 삶이 조금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원하는 상상일 뿐이다.
 
설령 그런 조건이 주어진다고 해도
나의 경우엔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조건도 있고 좋지 않은 조건이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 좋고 좋지 않다는 것이 내 기준으로 인한 가치판단일까 지극히 객관적인 판단일까.
분명 주관적인...상대방의 조건과 나의 조건을 비교해서 내린 결론이겠지.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살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나보다 나은 사람만 보면서 살고 싶지도 않다.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지금 내가 노력을 하고 있느냐 하지 않느냐를 돌아보고 싶다.
그 노력의 기준은 상당히 애매한 것일지라도
나는 알고 있을 것이니...
 
불교 보왕삼매론에서도 "마구니 없기를 바라지 말라" 했다.
마구니가 없으면 깨달음도 없는 법.
 
나에게 주어진 순경, 역경 모든 것에 대한 흔들림과 다시 바로잡음의 반복 속에서
삶의 깊이도 깊어지고 색깔도 진하게 입혀져 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난 나를 잘 보고 있는지가 더 걱정이다.
종종 외부로부터 자극을 끌어와 나를 깨우고는 있지만
내 스스로 깨어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서는 늘 한계가 있을 터.

2003년 12월 21일 일요일

어이없는 실수.

HSK시험을 봤다.
어제 저녁에 챙겨갈 건 다 챙겨놨는데 그만 실수한 게 있었다.
시험장 들어갈 때 신분증 검사를 하는데 여권 아니면 거류증이 필요한데
난 학생증을 거류증으로 잘못보고 가져간 것이다.
하지만 들여보내 주면서 내일부터 3일 내에 중문과 사무실에 가서 다시 얘길 하라 한다.
에이~ 번거롭게...귀찮게...
 
시험은 약간 긴장이 되었다.
뭐...시험이란 게 다 그런거지.
첫 시간은 듣기 시험이었는데 조금씩 빼놓고는 잘 들리지가 않는다.
4개의 답 중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고르는 수밖에...
다음은 어법, 그리고 독해...
 
마지막 종합인데
각각의 부분별로 시간을 주고 그 시간 안엔 해당되는 부분만 풀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착각을 해서 마지막 종합부분이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뉘어져 있는 걸 모르고
마지막 단어 써넣는 주관식도 시간을 따로 배정해주는 줄 알았던 것이다.
문제를 다 풀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냥 소비해버리고 말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주관식 문제도 다 풀었어야 하는 건데...
결국 답을 다 못썼다.
 
같이 시험 본 후배는 그 문제는 1점씩 밖에 하지 않으니 걱정말라고 하는데
시험 점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좀 황당하기도 하고
내 스스로에게 조금은 화도 나고 그러는 것 뿐.
어차피 이번 시험이야 그냥 연습삼아 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걱정은 없지만
생각할 수록 너무 어이가 없는 실수를 한 게다.
게다가 내 옆자리에 앉은 녀석이 만약 제대로만 시험을 쳤어도 눈치로 알았을 걸...
이 녀석은 아예 2부분부터 시험을 보지 않을 작정인지 아니면 천재인지
손을 놓고 문제를 풀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허허...거 참...
 
그런데 참 우습게도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시험 끝났다는 사실이 홀가분 한건지...
시험 준비도 안하고 공부도 안해놓고 홀가분한 마음이 드는 건 뭐지?
지금까지 시험때마다 느꼈던 감정이 습관처럼 조건반사처럼 작동을 하는가 보다.
그런 마음도 참 재밌네...
 
시험은 약 2~3시간에 걸쳐 봐서 후다닥 지나갔다.
 
후배가 시험끝났으니 점심이나 먹으며 술 먹자고 해서 그러자 했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녀석이 고민이 많나보다.
나보고 도 닦는 법이나 배우겠다고 농담처럼 건네며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답답하기도 한가보다.
내가 도사도 아니고 도인도 아니고 도력도 없지만
이런저런 얘기 해주면서 들어주고 그러는 수 밖엔...
 
바람이 무척 차다.
 
이젠 공부해야지. 풉~!

2003년 12월 20일 토요일

절망할 권리가 없다.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민족 사관고 학생 이상준 군이 미국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가정형편은 미국에 유학을 갈 정도가 되지 않아 후원을 받아 해결한다고 한다.
 
그 학생과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하고 말하는 것, 행동해왔던 것들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다.
 
특히 그가 한 말 중에
'집안이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해질 수는 없다'
라는 말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고 줄곧 노력해서 이룬 후에 한 말이라 더 값진 말이기도 하다.
 
가진 게 없다고 해서 내가 꿈꾸는 삶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난은 불편한 것이고 어떤 방법으로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변화가능성의 실체다.
꿈이 가난하지 않고 희망이 가난하지 않다면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소중한 한자리가 채워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또,
'어느 기자가 발명왕 에디슨에게 소감을 묻자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수천번의 실험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며
'에디슨은 수천번의 ‘실패’, 아니 ‘실험’을 한 뒤에도 절망하지 않았는데
아직 젊은 저는 절망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 대답했다.
 
절망할 권리가 없다라...
 
그래, 사람은 절망적일 수도 있고 희망적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게서 절망을 지워버린다면 절망할 권리는 사라지는 법...
자신있는 그의 말이 날 깨운다.
 
절망하기 싫어..가 아니라
절망할 권리가 없다...
 
내 운명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엮어가는 것.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오늘은 수 많은 노력의 결과 속에서 값진 몇 마디를 들려준
그에게 감사한다.

2003년 12월 19일 금요일

정신.

그림을 한 장 그리는데도 정신상태가 무척 중요하다...?
 
중국화 교수님이 내게 한 말씀이다.
사실 그림에 대한 소질?은 조금 있을지 몰라도
정식으로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기에..
늘 그림을 그리면서도 스스로는 늘 불안한 면이 있다.
늘 그림을 그리기를 게을리 하기도 했고...
 
붓에 먹을 찍어 선 하나 긋는데도 손이 떨리고
제대로 물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먹의 농담을 조절하지 못한다.
 
교수님은 그림을 외형만 괜찮게 그리는 거엔 신경쓰지 말라 하신다.
정신이 곧고 바르면 드러나는 거라 말씀하신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만화건, 서양화건, 동양화건 할 것 없이
모든 그림엔 그리는 사람의 정신이 표현되는 법...
그렇다면 손기술같은 잔재주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기술도 중요하고 재능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이던 임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모든 일도 마찬가지 맥락이라 생각한다면 비약이 심한 걸까?
 
내가 습작을 하는 그림에 자꾸 정신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말씀이
하루종일 맴돈다.
그림의 상태는 곧 나의 상태라는 말씀도 함께...
 
찾아야 할텐데...
내 정신을...

2003년 12월 18일 목요일

생각없음.

은행가서 전기세 내고 밖에 나온 김에 장도 볼겸 친구를 찾았더니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서 같이 밥을 먹고
친구 머리 깍는다 해서 미용실 같이 가고
미용실에서 졸다가 나와서 친구 아는 PC방에 가서 좀 놀다가 장보고 집에 왔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일 없이 노는 사람 일과처럼 보인다.
 
공부는 하지만 그 외에 어디라도 돌아다니고 그러면 좋겠는데
여전히 하루 동안 할 일이 작게 건 크게 건 생기고
아직도 말을 잘 못한다는 강박도 있고 그래서 그냥 생활하는 반경 내에서만 살아내고 있다.
 
참 하루하루가 빨리도 간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때는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무슨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이 후딱후딱 지나가버리는 느낌이다.
 
눈 깜박이는 사이에 낮과 밤이 바뀌고 어제와 오늘이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졸린다.
왜 졸리지?

2003년 12월 17일 수요일

테이프 떼어내기.

왜 이렇게 안되지?
하려고 마음을 먹는 건 금방인데
마음에서부터 내 육근의 끝자락까지 기운을 보내는 게 이렇게 힘든가...
 
움직이고 행동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
 
마음은 폭 좁은 개울가 굽이는 물결만 같이 동동거리기만 한다.
 
생각이 많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생각은 고여서 썩고 말 것임을 알지 않는가...
 
악취가 나기 전에 움직이고 또 움직이자...
 
적응되기 시작하면서
게으름도 함께 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나를 이렇게 만든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그 시간이 내 안에 있음을 알고서 다시 크게 놀란다.
내 안에 있는 시간...
내 인생에 대한 행동...
 
좀 움직이자...
 
끈적한 접착 테이프를 떼내면 살이 좀 아프겠지만
계속 붙이고 있으면 감각도 살아지고 살도 죽는 법.
 
이젠 떼어야 할 때이다.

2003년 12월 16일 화요일

중국화 전시회.

학교에 가서 교수님께 선을 긋는 방법에 대해 지적도 받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들었다...
말이 좀 빠르고 길어서 다 이해는 못했지만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이해가 되긴 한다.
 
오늘 미술관에서 대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일찌감치 갈 채비들을 한다.
사실 난 오후에 남아서 그림 연습이나 할까 했는데
가서 보는 것도 도움이 될테고
또 가서 있다보면 애들과 얘기할 기회도 있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따라 나섰다.
 
입장료는 20원인데 학생들이라고, 그리고 교수님의 소개로 5원에 입장했다.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맘에 드는 그림이 좀 있다...
저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진다.
한 학생에게 물어보니 화조, 산수, 인물의 순으로 그림을 배워야
비로소 내가 맘에 들어하는 그림들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인물화나 선 몇개로 무언가를 표현해내는 것은 참 어려운 것인가 보다.
 
장 교수님도 나중에 오셨는데 애들을 몰고 다니시며 그림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신다.
옆에서 듣고 있어도 작은 소리로 말씀을 하시는데다가 잘 이해도 안된다.
혼자 뻘쭘하게 본 그림 또 보고 또 보고...
내가 참 느낌이 좋다는 그림에 대해 무슨 얘기를 했냐고 학생에게 물어보니
경지가 높은 그림이라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하셨단다.
허...그거 참...
 
그림을 다 보고 옆 전시실에 있는 청동기 시대 유물전 봤다.
그리고 2층에서는 일제 침략에 대한 중국인들의 항일전 열리고 있었다.
2층의 또다른 곳에서는 대만의 역사와 현재라는 주제로 사진전 열리고 있다.
나가는 입구의 한 면에는 지앙쩌민 주석이 한 말이 적혀져 있다.
절대로 대만의 독립은 받아들여질 수 없고
어떠한 희생을 치뤄서라도 통일에 대한 의지는 멈추지 않겠다는 요지의 글이다.
 
기분이 이래저래 참 묘하다.
 
학생 몇 몇에게 물어서 서점에 함께 가서 책을 살까했는데 없어서 돌아왔다.
밥이나 같이 먹자고 내가 사겠다고 그랬더니
미안한 행동이라며 끝끝내 학교로 간다고 갔다.
 
하루종일 서서 그림보고 그랬더니 그런지...
아침 새벽부터 학교에 갈 채비를 해서 그런지 피곤하다.

2003년 12월 15일 월요일

더불어 함께...

그러나 마음에 드는 글씨는 계속 마음속에만 들어있고
좀체로 종이 위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씨를 쓰거나 남들 앞에 내어보이는 까닭은
그러한 고민을 함께 나눔으로써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란 언제나 여럿이 더불어 달성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신영복씨가 자신의 글씨체를 만들게 된 동기를 써내려갔던 글 중의 한 단락이다.
 
원래 글씨를 잘 쓰셨던 분이기도 했지만 스승님들을 만나서 배우고
거기에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신영복체를 만드셨다.
 
뭐랄까...글에 대한 얘기이긴 하지만
저 글에 삶의 일부분이 보여진다고 하면 외람된 소리일까?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방향, 희망, 목적...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치 등은
마음 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는데
좀처럼 나의 삶에 반영되지 못하고 제대로 길을 가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때론 틀리더라도)을
사람들 앞에 말하고 행동하는 까닭은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눔으로 인해서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언제나 여럿이 더불어 달성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면
내가 건방진 걸까?
 
그런데 참 건방지게도 약 6-7년 전부터 줄곧 저런 비슷한 생각을 해왔었다...
당시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소영웅주의에 빠졌을 때이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들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고민을 한참 할 때
나의 힘이, 나의 노력이 닿을 수 있기만 한다면
작던 크던 말하고 행동하길 원했었다...
나로 인해 단 한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 한 사람을 또 다른 한 사람에게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에게....
그렇게 되다보면 세상 살 만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들...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긴 하다.
내 능력이 단 한사람에게 힘이 되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 힘을 되어줄 때 사심없이 오롯하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혼자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므로...
어느 누군가는 나에게 영향을 주었고 아니, 많은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들의 좋은 생각, 삶의 자세와 함께 내 삶도 살아가고 있다면
나로 인한 누군가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힘 닿는 만큼 내보이고 말하고 행동하도록....노력해야지...
 
사심없이...

2003년 12월 14일 일요일

총칭루에 가다.

오늘로써 家教(jia.jiao)끝냈다.
家教도 다음 주 부터는 기말고사 준비를 해야하고
나도 다음 주엔 화요일, 금요일날 중국화 배우는 학교에 가야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나도 21일날 HSK시험이 있어서
이래저래 계속 공부를 못하게 되었다.
 
오늘은 공부 대신에 家教에게 부탁해서
화구를 사러가자고 그랬다.
붓, 먹, 종이, 채색염료 등을 샀다.
총칭루라는 곳에 있는 구지수디엔(古籍书店)에서 각종 중국화, 서예관련 물품을 판다.
다른 곳은 가짜가 많다면서 거기에 가서 사라고
중국화 배우는 한 친구가 알려줬다.
 
나간 김에 家教와 수업도 끝나는 날이어서
뭐라고 먹자고 얘기하라 했더니
뭘 먹냐고 자꾸 망설인다. 괜찮다고 그러니 어렵사리 나온 얘기가 KFC였다.
내가 싫어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한다.
뭐... 싫어할 것 까지야...
 
사람이 무척이나 많다. 음식을 주문해서 자리를 찾는데 도저히 자리가 나질 않는다.
어렵사리 어떤 아주머니와 아들이 함께 먹고 있는 자리 옆에 양해를 구하고 앉았다.
나랑 家教랑 얘기하는 걸 들은 아주머니가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국 사람이라니 조금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본다.
아들은 6살인데 나한테 장난을 걸길래 맘 편히 다 받아주고 조금 놀아줬더니 좋아한다.
내가 이런 저런 행동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건만
그 아주머니도 그렇고 그 옆자리에 앉았던 어떤 아저씨도
내가 예의가 무척 바르다는 얘기를 한다.
한국에서 있을 때랑 별반 다를 거 없이 행동하는데 그렇게 보이는 걸 보면
음...나도 꽤 착한 녀석인가 보군....
 
....태평양에 친구 만나러 갔다가
탁구용품점 친구와 탁구 치고 그 친구한테 한국말 몇 마디 가르쳐줬는데
무척 어려워한다. 중국인들에겐 없는 발음이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옌궈네 집에 가서 저녁을 같이 먹고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집에 돌아왔다.
 
중국어 듣는 건 그나마 조금 나아졌는데
말하는 건 역시 여전히 발음이 부정확하다....
쩝~ 계속 중얼중얼 노력해야하는데....

2003년 12월 13일 토요일

늘어지다.

어제 백주를 좀 마신 탓인지 몰라도
오늘 속이 그렇게 편하진 않다...
백주는 뒷끝이 없긴 한데...음..
 
어제 집에 왔을 때 멀쩡했는데 한 1-2시간 있다가 갑자기 취해버렸다.
오늘은 하루종일 뒹굴뒹굴이다.
DVD도 보고 TV도 보면서 뒹굴거렸다.
 
사다놓은 롱쉬엔면을 달걀과 함께 끓여먹으면서
정말 하루 종일 일없이 뒹굴거렸다.
 
몸이 더 뻐근하다.
 
그래서 또 누워서 자고...
 
늘어지는 날들, 나름대로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날들...

2003년 12월 12일 금요일

중국화 수업.

오늘 처음으로 징웨탄(净月滩)으로 수업하러 갔다.
이젠 매주 화요일, 목요일은 이곳에 와서 중국화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물론 일단은 방학하기 전까지만...곧 방학을 할 것 같긴 하다...
방학을 하고 나면 좀 쉬었다가 내년 학기 시작할 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수업은 들을 필요가 없고 그냥 중국화만 배우면 된다고 하니
지금은 수업료 내지 않고 청강?하는 것이랄까?
 
교수님이 다른 학생들에게 날 간단히 소개하고
내가 오늘 해볼 그림을 건네주면서 그려보라 한다.
일단 화선지를 그림 위에 놓고 연필로 선을 딴 후에
그 선 따라서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아주 기초가 배우는 건 아니고 약간 난도가 있는 거라는데
왜 처음부터 그런걸....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래서 일단 교수님이 알아서 시킨 걸테니 열심히 했다.
 
나보고 그림을 그려내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면서
천천히 그림을 그리라 한다.
기를 모아서 그려야 하고 선이 곧고 바르게 그려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붓에 머금은 물의 양이 실력을 좌우한다고 하면서
연습을 계속 해보라 한다.
처음이니 잘 안될거라면서 천천히 배우라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역시 내가 성격이 비교적 급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 그리면서도 빨리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생기니 말이다.
 
교수님은 오전에만 계시고 오후엔 다른 수업에 들어가셔서
알아서 각자 그림을 그리다가 가면 된다.
 
점심은 반 친구들이(대학 1학년들...) 날 데리고 학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교수님이 나가시고 나니 녀석들이 나에게 와서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말도 건네주고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고 그런다...
고마운 녀석들...
 
오후엔 다른 교수님 청강을 들으러 가자고 그런다.
내가 못알아들을거라고 그러니 작품 소개하는 시간이니까
그냥 그림만 봐도 도움이 될 거라고 가자고 그런다.
역시 그림은 볼 만 했는데 설명은 들리지 않는다...
마이크로 얘기하는데다가 전문용어가 많아서 그랬을지도...
 
오늘 학교에서는 우연히도 규이랑 치우메이를 만났다.
치우메이가 징웨탄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고 그런다.
그런 김에 저녁에 규이, 치우메이, 옌궈, 옌뽀랑 식사를 같이 했다.
백주 마시며 즐겁게 대화하고 농담도 해가면서 좋은 시간 보냈다.
크리스마스 때 같이 모여서 식사하자고 그런다.
 
그러고보니 길거리가 조금씩 성탄절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겨울은 깊어가고 있다...
 
나도 조금씩 깊어져가야 할 텐데...

2003년 12월 11일 목요일

심사숙고?(考虑)

길림대학 애니메이션 학과에 위원장으로 계시는
창꽝시(常光希) 감독님을 만나 뵙고 왔다.
요즘 무척 바쁘시다면서 어렵게 시간을 좀 빼주셨는데
참 반갑게 맞아 주신다... 고마운 마음이다.
 
지금 중국화를 배우려고 하는 것에 대해 상의도 좀 드릴 겸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하는 것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
마음이 급하신 모양이다. 회의 중에 나오셔서 더더욱 그러신 듯 했다.
한 20-30여 분 대화를 한 후에 회의 참석하러 가셨다.
방학을 하면 상해에 있는 댁에 가셔야 된다시면서
방학 하기 전에 며칠 시간이 있을 때 찾아오라 하신다.
 
창꽝시 감독님께서 중앙미술학원 중국화 대학원은
입학 조건도 까다롭고 졸업도 엄격해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일러주신다.
그런데 내가 애니메이션 학과를 졸업했으니
차라리 북경에 있는 애니메이션 대학원에 가면 어떻겠느냐고도 말씀하신다.
중국에 애니메이션 대학원은 북경대학교 밖에 없다고 한다. 상해도 없고...
 
내년까지 차라리 중국화를 배우고 대학원 준비를 해서
북경대학 애니메이션 대학원 가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하시면서 생각해 보라 하신다.
 
일단 몇 개월 더 시간도 있으니
동북사범대학에서 중국화를 좀 배우고 조금 천천히 결정을 해야겠다.
 
내일 일단 동북사범대학 미술대학 분교에 가봐야겠다.
 
뭐...그렇게 큰 소득(?)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감독님도 뵈었고 또 전에 만났던 리티에투어(李铁托)도 만나고
학교 구경도 하고 괜찮았군...
생각해보면 정말 3개월이 금방 간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좀 급하기도 한데
한 편으론 3개월 밖에 안되었으니 차근차근 준비하고 생각하자는 마음가짐도 생긴다.
 
여기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면 정말 좋을텐데....
음...그것도 좀 기회를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2003년 12월 10일 수요일

소우주.

어제 잠을 좀 늦게 자서 그런가?
아침에 너무 헤맸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중국 친구가 중국 동북지방이 가장 추울 때는
영하 30도까지도 내려간 적 있다면서
지금은 요 몇 년 사이에 가장 따뜻한 날씨라고 그런다...
 
날씨가 풀리는 은근히 마음도 슬쩍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참 묘하다.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는 케케묵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날씨에 신체리듬이 따라간다는 느낌은 뭐랄까...어쩌면 과학적일 수도 있겠다...
 
추워지면 은근히 긴장하게 되고
더워지면 은근히 풀어지게 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반응을 하는 게...참 묘하다...
 
내 몸이 소우주임을 알면서도
마음은 완전히 느끼고 있진 못하다...
 
그러고보니 하늘을 본 적도 꽤 오래된 것 같고
주변을 돌아본 적도 오래된 느낌이다...
오늘 새벽에 창 밖으로 너무도 환하게 가슴까지 밀고 들어온 달빛을 보며
무척이나 뜨끔했다.
아름답고 밝고 감동적인 달빛에 잠시 정신을 잃었지만
내 속이 다 들킨 듯 부끄러웠다.
 
그렇게 살아가는 건가?

2003년 12월 9일 화요일

화산(和山)님 기일(忌日)

오늘 화산님의 기일이다.
99년에 열반하셨으니 벌써 4년이 흘렀다.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지... 벌써 4년이라니...
 
누구나 다 부모님의 열반을 맞이하고 자신도 그런 때가 오긴 하겠지만
생각해보면 원불교학과를 그만두면서 상심하게 해드린 후
애니메이션 열심히 해본다고 노력하던 중 열반하셔서 느낌이 많이 다르기도 했다.
 
늘 강직하시고 속내를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넓으신 분이셨다.
때론 보수적이시기도 했지만
정도가 아니면 걷지 않으셨던 분이셨다.
 
화산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데는 거의 26여 년이 걸렸다.
그 시간동안 돌이켜보면 참 죄스럽고 스스로 한이 되는 일이 많이 생각난다.
 
당신을 본받으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까마득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다짐들을 자주 잊고 산다.
 
완전한 해탈천도를 하셨겠지만
다시 한 번 화사님의 완전한 해탈천도를 기원하며
또 나와 우리 가족들...그리고 내 인연들도
살아생전에 모두 완전한 해탈천도를 하기를 염원해본다.
 
 
:: 화산(和山)은 아버님의 호(號)다.

2003년 12월 8일 월요일

장애.

요즘 과학수사대 CSI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본 것 중에는 장애인 편견에 의한 살인사건이 나왔는데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에 한국에서 봤을 때도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것인데....
 
내용 중에 청각 장애인이 정상인의 어떤 행동을 보고 두려울 수 있지만
정상인은 그런 장애인을 보고 더 두려워한다는 의미가 나왔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 마음 속에도 장애인을 두려워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편견과 잘못된 생각들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장애인이 나(정상인)와 다르다는 편견이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한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닌 단지 불편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런 이들을 보면 이상한 사람 보듯이 하거나 나와 다른 사람 보듯히 하는 건
명백히 잘못된 행위이지 않은가...
동정심도 필요없고 더 특별한 관심도 필요없다.
다만 같은 동등한 인격체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생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생활보조 장치를 마련해 줄것이고
함께 생활해가는 데 별 무리가 없지 않겠는가...
 
정상인들의 불편함은 알아서들 다 챙기고 권리를 요구하면서
장애인들의 불편함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CSI 팀장이 청각장애인 학교 교장과 대화를 나누는데
수화로 얘기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교장이 묻는다.
누가 가르쳐준 것이냐고....어머니가 가르쳐 줬다니까
배우게 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하는데 수화로 얘기를 하면서 드라마가 끝이 난다.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기도 했고 무척 여운을 주기도 한다.
 
나도 중학교 때인가 수화를 배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서였는데
한 남자가 패스트 푸드 점에 갔을 때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자꾸 돈을 점원에게 주니까 그 점원이 왜 그러냐고 답답해 하더란다.
남자가 수화로 아이에게 말을 거니까 그 아이가 거스름 돈을 많이 줘서 돌려줄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처럼 되고 싶었다.
언제 수화를 쓸게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혹 나보다 불편한 이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그 바램은 그냥 어린 날의 욕심으로 끝을 맺고 말았지만
아니, 그 이후로 혼자 책도 사려고 했고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면서 공부해보려 했으나
마음이 늘 일관되지 않아 그만 두고 말았다...
 
...사실 지금 나도 완전 정상인은 아니다.
시력도 좌.우 차이가 많이 나서 방위 복무를 했었다...
지금은 신체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가 없는지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긴 하다.
신체의 장애는 불편함에 그치고 말겠지만
마음의 장애는 그 파급 범위가 비교적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장애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늘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볼 일이다.
완전함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덜 실수하길 바라기 때문에...

2003년 12월 7일 일요일

얼후(二胡;er.hu)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귀에 익은 현악기 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듣자하니 중국 전통 악기 '얼후'같다.
 
작년 7월에 중국에 왔었을 때 친구랑 내몽고에 간 적이 있었다.
내몽고에서 만난 친구의 아버님께서 얼후라는 악기를 보여주시며
잠깐 연주를 해줬던 게 기억이 났다.
해금하고 많이 비슷한 데 음색은 중국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초췌한 차림의 아저씨가 앞에 동전 그릇을 놓고 연주를 하고 있다.



오늘 날씨는 그렇게 춥지는 않았어도
한국보다는 더 추운 날씨이고 얼굴이 벌겋게 얼 정도의 날씨인데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자세는 흐트러짐없이 넉넉하게 혹은 쓸쓸하게 얼후 연주를 하고 계신다.
자세가 어찌나 바른지(그림은 좀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분명 구걸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눈엔 구걸하는 것 같지 않고
마치 어떤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난 차마 돈을 넣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칼날같은 겨울 바람을 멈춰가며 얼후의 음색이 내 마음 곳곳이 들어와 앉는다.
 
얼후 연주하는 음악 소리와 더불어 내 눈에 강하게 비춰진 것은
아저씨 콧수염에 달린 고드름이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연주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늘 보던 모양인 듯 제 갈길에 바쁘기만 하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 갈길을 재촉했지만
자꾸 마음은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음 한 곳이 텅 비워지는 듯도 하고 무언가 감정이 한꺼번에 채워지는 듯도 하다.
 
하루종일 얼후를 연주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사라지질 않는다.
모자 아래로 보이던 보일듯 보이지 않는 표정과
활을 켜서 부스럼이 된 가루들이 무릎에 소복이 쌓여있던 모습과
콧수염에 달려있던 작은 고드름이....
 
벌겋게 된 손마디가 얼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
얼후란...? (출처 ::  두산세계대박과 EnCyber)
중국 근대의 현악기. 호금(胡琴:일명 胡弓)의 일종으로 중국어로는 얼후[二胡]라고 한다.
몸체(지름 9∼10 cm)는 대 또는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모양은 둥근 것, 6각 ·8각으로 된 것 등이 있다.
여기다 뱀가죽을 씌우고 길이 80 cm 정도의 자루를 달아,
그 자루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줄을 두 가닥 쳤다.
말꼬리로 만든 활을 그 줄 사이에 끼워 찰주(擦奏)하는데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자루를 쥐고 식지 ·중지 ·약지로 현을 누른다.
조현(調絃)은 5도, 음역은 1옥타브이다. 4현이 있는 대형의 4호(四胡)에 대한 명칭이다.
이 악기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으며 청조(淸朝)의 4호는 저음인 데 반해 2호는 고음이다.
그리고 이것은 남방에서 많이 쓰이는 데서 난후[南胡]라고도 한다.
(혹 해금이 기원이라고도 하던데...)

2003년 12월 6일 토요일

선택.

하고 안하고는 내가 결정할 일인데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내가 결정할 수가 없다.
 
그 차이를 나름대로 추측도 해보고 예상도 해보지만
늘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하고 안하고의 기로에 서서
나름대로 고민을 하는 습관은 참 오래 전부터 생긴 것 같다.
 
때론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때론 비교적 큰 사안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결정한다.
 
그런 이유로 인해
난 가끔 어떤 문제에 닥칠 때 '비교적 흑백 논리'를 사용하곤 한다.
아니, 종종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일이 두 가지의 결론을 가진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선택의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을 경우
그 선택들 중에 고를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한 후에
선택들 중 또 몇 가지를 골라내고
그러다보면 결국 남는 문제는 내가 취해야 할 것인가 버려야 할 것인가의
'취사문제'가 남기 때문에
내 스스로는 '비교적 흑백논리'라 칭한다.
 
결정하고 나서는 진행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기도 하고
때론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알 때는 되도록 빨리 포기하려 노력한다.
그럴 때에도 또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결과는 내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결과를 위해 선택하는 권한, 권리는 나에게 주어졌으므로
난 오늘도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을 한다.
 
단, 되도록 즐겁고 편하게... 후회없도록...

2003년 12월 5일 금요일

쥐.

길을 걷다가 종종 '쥐'를 보곤 한다...
정말 싫어하는 동물 중에 쥐...뱀...뭐..등등이 있는데
아마도 쥐는 내가 어렸을 적 종종 보아왔고
게다가 심각한 병들을 옮기는 나쁜 동물로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인식이 되어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 길을 걷는데 그 추운 얼음판 위를 조르르 달려
하수도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징그럽단 생각보다 웃음이 나왔다...
 
여기에서는 쥐를 보는 게 그리 화들짝 놀라는 일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그 추운데도 삘삘거리며 돌아다니는 쥐가 좀 웃겼던 모양이다.
 
서울쥐, 시골쥐 얘기도 생각이 나더란 말이지...
 
여기 장춘은 슬쩍 시골냄새?가 풍기기도 하니까...
물론 번화하고 번잡한 거리는 한국 못지 않기도 하고...
 
물론 난 그 '쥐'라는 녀석이 집 안이나 집 근처에라도 있으면 정말 질색이다...
전에도 '복화술'이 방배동에 있었을 때 얼마나 쥐소동을 벌였는지 생각하면
으~~ 정말 소름이 돋는다...
 
난 쥐가 싫어...정말 싫어...
 
 
::
그러고 보니 요즘 서울하고 장춘하고 어디가 더 크냐는 질문을 몇 차례 받았는데
음..내가 생각할 때는 크기로 봤을 때는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번화한 정도로 따지면야 비교할 대상이 되지 않지만
크기로는 정말 얼추 감이 잘 잡히진 않는다...
장춘도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2003년 12월 4일 목요일

바나나

바나나가 맛있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다이어트에도 좋고 변비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고...등등
좋은 과일로 소개가 된 걸 봤다.
찾아보기 전에도 바나나가 싸길래 종종 사다 먹었는데 알고보니 더 땡긴다.




휴지통에 껍질이 쌓이고 입엔 바나나 맛이 감돈다.
출출할 때 먹어도 그만이다. 간식으로도 좋고... 배가 더부룩하지도 않다.
 
...
 
그림을 그려놓고 보니까 정말 안그려진다.
그래도 예전엔 좀 나았던 거 같은데
쓰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용불용'설을 절실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타블렛이 완전히 손에 익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림을 제대로(?) 그려본지가 언제던가...-_-;
 
요즘은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 만화가들...인터넷으로 접할 때마다
부러워 죽겠다.
 
바나나만 먹고 있다.

2003년 12월 3일 수요일

관점의 차이.

과학수사대 CSI (중국어로는 범죄현장;犯罪现场)에서 소개된 내용인데,
간략하면 이러하다.
(중국어 자막으로 이해를 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_-;)
 
비행중인 비행기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한 승객이 처음엔 친절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난동을 부린다.
몇 몇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맞았다.
게다가 비행기 비상탈출구 문을 열려고 하자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그 사람을 때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 일에 암묵적 동의를 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난동을 부린 승객은 뇌염으로 인해 엄청난 발열이 되었고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다른 승객들은 두려움에 자신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
난동부린 승객을 구타했고 결국 죽었다.
 
CSI는 사건 해결하는 도중 기내에 있던 사람 모두가
결국 한 사람을 죽이는 범죄집단이 되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는 다섯 사람의 것만이 있다.
즉 나머지 사람들은 그 다섯 사람의 행위를 방조했고 침묵했던 것이다.
증거가 없는 승객들은 풀려났고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람들만 기소를 당했다.
 
마지막에 CSI대원들끼리 논쟁이 벌어졌다.
증거가 없다고 풀려나게 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그렇게 되어있으니 불만이 있는 대원이 있었고
한 대원은 거기에 반대한다. 사람의 도덕성을 따지기 전에 행위를 가한 책임이 있다고...
그러면서 각자 만약 자신들이 나머지 승객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서로 묻는다.
한 측은 결코 사람을 죽이는 입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고
한 측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아이가 있는 대원은 자신 혼자였다면 모르겠지만
아이가 함께 있었을 때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도 구타를 하는 쪽에 서지 않았겠냐고 말한다.
그 때 그리섬 대장이 들어온다.
그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답을 회피하는 그에게 무척 쉬운 질문이라고 하면서 어느 쪽이냐고 대답하라 한다.
 
그리섬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린다.
지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답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가해자의 입장에서 자신은 어떻게 취사할 것인가가 바로 같다.
그러나 그는 다른 입장을 내놓는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어떨까...
뇌염이 있어서 몸이 뜨거워지고 있고 스스로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처음엔 그러지 않았지만 자꾸 이상한 행동이 나온다.
만약 그 사람에게 그 이상한 점을 발견했더라면...
혹은 처음부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물어봤더라면...
 
모두들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다섯 명의 살인자가 생겼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단 한사람만이라도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더라면 그 사람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말한다.
 
관점의 차이.
생각하는 입장의 차이.
상당히 무섭고 큰 차이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내가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나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선택 기준이 달라짐과 동시에 나의 행위에 대한 결론도 달라진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그런걸까...
 
난 지금 어디에 서있고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2003년 12월 2일 화요일

또 하나의 기회.

아침에 알람을 7시에 맞춰놓고서도 잠에서 깨기가 참 싫다.
핸드폰 알람은 6시에 이미 요란스럽게 울렸던 걸 들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알람시계가 있음을 그 와중에도 기억했으니 말이다.
7시 알람이 울리고 몸을 여러번 뒤척이다 뒤척이는 도중에 잠깐씩 잠에 들기를 몇차례 거듭한 후,
기어이 일어나 학교에 갔다.
 
빠오밍(bao.ming;등록, 신청)을 하러 중문과 과사무실을 갔다.
12월 21일(일)에 HSK 초,중등 시험이 있다.
초,중등은 4급~8급까지다.(1급~3급은 기초) 4급 이하는 성적표가 아예 안나온다.
난 사실 그게 걱정이다.
3급 이하의 성적을 받았을 경우 성적표가 나오지 않으면 그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 말이다.
점수의 높고 낮음보다 난 그게 더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그래도 겸사겸사(?) 시험을 보는거지. 뭐...
음...그런데 비용이 250원이라... 좀 되는군...
 
시험 등록을 하고 나서 중국친구와 함께 미술선생(교수)을 만나러 갔다.
동북사범대학 분교라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동북사범대학은 음악과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럼 뭐해... 난 상관없는 걸...)
중국 친구의 친구..의 어머니는 그 미술과 학과장(?)이신가보다.
위원장이라는 데 도대체 위원장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겠으니...
좀 기다렸다가 그 친구-친구의 어머니를 뵙고 그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교수님을 뵈었다.
 
내가 알아들은 바에 의하면 장교수님은 전에 북경중앙미술학원에서 교수도 하셨다고 그런다.
그리고 내가 만평, 만화, 캐릭터를 그린 것들을 보여드리니
신기하고 재밌나보다... 웃으신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사람이 중국화를 배우겠다고 찾아온 적은 없었나보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애니메이션에 접목하면 좋다는 것에 동의를 하신다.
 
결국 다음 주 전까지 고려해서 결정이 되면
다음 주에 찾아가서 학생들 수업 분위기나 뭐...그런 것들도 좀 익히고 그러라 한다.
그리고 정식으로 배우는 것은 좀 나중에 해도 되니까
기본적인 것들부터 일단은 해보자고 한다.
일주일에 3번인데 그 중 2번만 고르면 된다고 한다.
만약 수업을 듣겠다고 하면 1학기에 3,000원이라 한다.(다른 과목은 필요없으니...)
그렇게 되면 내년 새학기 시작되서야 정식으로 배울려나?...
 
말을 무척 빨리들 하셔서 친구가 나중에 다시 조금 쉬운 말로 재해석까지 했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00% 다 이해했다고 말하기가 두렵다.
 
어쨌든...좋은 성과도 아니고 나쁜 성과도 아닌 그럭저럭..한 행보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갑자기 길림대학 애니메이션과 교수님들을 만나서 아무 얘기라고 해보고 싶은..생각이 들어진다.
 
일단은...좋은 기회라고 판단이 되면 한 번 진행해 볼 생각이다.
혹 그리 좋지 않은 기회라 해도 부딪혀보고는 싶다.

2003년 12월 1일 월요일

아직은...힘들지 않아.

또 한달의 시작.
중국에 온지 석달 째.
 
처음 왔을 때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시간이 많은 듯 넉넉했지만
적응이 조금씩 되가면서는 한국에 있을 때하고 별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하루 해가 짧아져서 기분상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삶을 살아가는 내 문제이지 환경과 장소는 2차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내일은 HSK시험 등록하러 간다.
시험은 한 2주 후에 본다고 하는데...잘 볼 수 있을까?
이번에 보는 시험은 그냥 테스트 삼아 보는 것이니...부담은 없다.
중국친구들은 시험 준비 잘 하냐고 물어보지만
시험을 위해 딱히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그저 웃을 뿐.
스스로 공부한 만큼 시험보고 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그것으로 족하다.
 
또 내일은 중국친구가 두어달 전부터 소개시켜 준다던 미술선생을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 그렸던 그림들 가지고 가서 일단 보여드리고
어떻게 할지는 내일 결정이 되겠지.
이것 역시 이젠 별로 기대도 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기회가 오면 잘 활용하면 되겠지.
내 실력이 부족해서 안되면 또 다른 기회를 찾도록 노력해야겠고...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던(서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가르쳐 주기로...했던) 중국아이는
여전히 전화가 오지 않아
소개시켜줬던 동생에게 다른 아이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전화했다.
 
어떤 날은 중국어가 잘 되다가도 어떤 날은 정말 답답할 정도로 들리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날이 있다.
내 노력부족을 탓할 수 밖에 없지만 가끔은 살짝 약오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 가끔 꿈을 중국어로 꾸기도 하는데
꿈 속에서조차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자꾸 물어보거나
간단한 회화만 하곤 한다.
꿈을 자주 꾸지 않는 나로써는 이런 꿈이 사실 참 신기하기도 하지만
역시 꿈이나 현실이나 중국어 실력은 그만그만하니 거...참....
 
문득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지나버린 3개월 동안 뭘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멀리 나와서 생활하는 만큼 되도록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도 생기건만
내 마음은 늘 간사해서 게으르고 싶어지기만 한다.
 
중국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는
'조급해 하지 마라'와 '열심히 노력해라'라는 두 마디다.
노력하는 것과 조급해하는 것은 상관관계가 없으나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리 조급해해도 될 건 되고 되지 않을 건 되지 않는다.
운명에 나를 맡기는 것은 아니지만 늘 과정이 있고 단계가 있으니 그건 확실하다.
다만 주어진 시간동안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주어진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각자의 편차가 생기겠지.
 
지치지도 않게 오늘도 결심이 무뎌지고 다시 결심을 세운다.
그나마 반성하고 다짐하는 마음만큼은 아직 건재한가 보다.
아직은 힘들지 않다.
 
12월의 시작.
중국에 온지 석달.
꽤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03년 11월 30일 일요일

그런가?

지아지아오가 내게 그런다.
'어~! 승인! 살이 좀 빠진 거 같아~'
'처음엔 살이 쪄서 눈이 작아 보이던데 지금은 눈이 큰 것 같아~'
 
'어...난 살이 빠지는 게 좋아~'
 
정말 그런가? 밥도 잘 먹고 다니는데...
요즘 운동을 주욱 해서 그런가?
그런데 아무리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를 살펴봐도 그렇게 살이 빠져보이진 않는다.
몸무게를 재봐도 늘 그 자리.
저울이 하향곡선을 좀 그려줬으면 하는 바램은 늘 있는데 말야.
 
후배 녀석은 살이 빠졌다고 좋아한다.
 
'난 왜 몸무게가 그대로지?'
'형이 운동을 열심히 안해서 그렇지.뭐'
이눔이...-_-;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나이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제법 실감이 난다.
 
열심히 아령을 들었다 놨다...들었다 놨다...
그리고 가볍게 땀 흘릴만큼의 탁구 한게임...
 
집에 와서 밥을 하는 게 좀 귀찮긴 해도
먹어야 사느니...
 
며칠 전에 밑반찬 사다놓은 게 참 유용하게 먹히네...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때론 그것만큼 번거로운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2003년 11월 29일 토요일

오랜만에...

정말 간만에 친구랑 술한잔 했다.
한국 식당에 가자고 그런다.
퇴근시간도 아닌데 좀 일찍 나올 수 있다면서...
 
그 친구와 태평양 1층에서 옷가게 점장인 여자와 함께 저녁을 함께 했다.
 
개고기를 먹고 싶다해서 안주로 개고기를 시키고
된장국을 시키고 버섯요리를 시키고는
맥주와 백주를 먹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술이 좀 취하는 것 같다.
 
점장은 한국에 대한 얘기도 물어보고 이런저런 가벼운 주제들을 꺼낸다.
배용준의 '호텔리어'를 무척 재미있게 봐서 배용준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난 중국 배우들과 가수들을 대며 좋아한다고 말하고
친구랑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말이 예전보다 좀 늘은 것 같다는 형식적인? 칭찬에 기분도 좋아졌다.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나왔는데
북경이나 상해는 애니메이션이 유명하고 여건은 좋지만
물가도 비싸고 유명해지기도 어렵지 않겠냐면서
장춘에서 열심히 하면 금방 유명해지지 않겠냐며 장춘에서 일을 하란다.
길림대학에도 장춘대학에도 애니메이션 감독님도 있고 애니메이션과도 있으니 말이다.
얘기를 듣다보면 일리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뭐...지금은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정확하게 결정도 못하겠고
중국어 공부하는데만 좀 더 열중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돌아오는 길이 참 춥다.
시간이 그리 늦지도 않았건만 몇 주 전에 비해
자동차들도 뜸하고 사람들도 뜸하고
정말 겨울을 실감한다.
 
가끔 느끼는 건데
어떤 때는 한국친구들과 얘기를 하고 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나도 조금씩 어학이 늘어가는 건가?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말야.

2003년 11월 28일 금요일

안들려...

가끔 밤에 눈이 내리는 광경은 참 이쁘다.
그것도 가로등 아래로 흩날리듯 쏟아지는 눈은 참 이쁘다.
 
주변은 어둡고 캄캄한데 가로등 아래는 밝아서
그 밝은 공간으로 눈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쏟아지면
비가 오는 듯, 꽃 비가 오는 듯 시선을 떼기가 어려울 지경이지...
 
가로등 아래 저 멀리로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도 정겨워 보이고...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었건만 타블렛만 잡으면
이미지는 머리 속에서만 맴맴 돌고
손은 게으르고 ctrl+z만 연거푸 눌르고 다시 그리고 다시 누르고...
타블렛 연결했다가 마우스 연결했다가 몸만 바쁘네...
 
....
낮에 친구 만나러 태평양 백화점에 갔다가
친구 아는 태평양 직원들 몇이(중국사람) 내가 탁구치는 걸 보고
스물스물 다가오더니 번갈아가며 탁구 치기를 원한다.
 
세시간...!
피곤해 죽는 줄 알았네...
(중국애들도 뭐뭐해서 죽겠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어떤 행위를 표현하는 단어 뒤에 죽을 사(死)를 써서 표현한다.)
얼굴에서는 바닷물 정제하고 나온 듯 알 굵은 소금이 서걱거리고
땀흘린 만큼 즐겁긴 하다.
피곤해서 헬스도 가지 않고 집으로 바로 왔지.
 
다른 친구한테 전화해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니까 알았다며 전화를 준다고 해놓고는
저녁 9시가 되도록 전화가 없어서
늦게 저녁을 먹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친구는 내일이나 모레...연락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분명 전화내용을 제대로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증거할 만한 마땅한 방법도 없다.
 
오늘은 푹~ 자겠군.

2003년 11월 27일 목요일

간섭.

뉴스에서 2008년 북경 올림픽을 기해 대만이 독립하겠다고 선언한 내용이 나온다.
중국의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에게 이야기도 듣고...그러는데...
지금 그 문제는 중국으로선 '파란을 일으키는 대만문제'정도로 생각되고 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말이다.
 
중국 친구에게 대만(타이완) 수도가 타이베이냐고 그랬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수도라고 하면 중국사람들은 혹 기분나빠할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그냥 하나의 시(-도청소재지 정도?)로 생각한다고 그런다...
 
예전에 대만을 갔었을 때도 대만과 중국의 전쟁문제가 슬쩍 들리긴 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다.
 
중국으로 봐서는 대만의 독립이 못마땅할테고
대만으로 봐서는 독립을 해서 중국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테지...
신문을 보면 대만이 미국을 등에 업고 행동을 하는 듯 해서
중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일대일로 대화하자고 그랬다는 이야기도 봤다.
 
남의 나라 문제이니 뭐...별 다른 생각이 있진 않은데
왜 미국은 또 저렇게 설치나...싶다.
이라크 문제도 그렇게 크게 벌려놓고는 말이다...
그러고보면 미국도 참 오지랖이 넓은 나라다..싶다.
 
다만 바라는 것은 정부관계자들, 높으신 양반들로 인해
괜한 서민들 피흘리고 죽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제발 그냥 좀 편하게 살게 두는 것이 가장 위하는 길 아닌가 말이다.
 
'백성들이 왕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사는 나라의 왕이 가장 훌륭한 왕'이라는 옛이야기가 생각난다.
 
오늘은 바람이 덜 불어서 그런지 좀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2003년 11월 26일 수요일

[mov] 질투는 나의 힘 - Jealousy Is My Middle Name


....보고 나서 느낌은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그랬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잘 드러나지 않는 속내를 훔쳐본 듯한 기분도 들고 그랬다.

이원상(박해일), 박성연(배종옥), 박윤식(문성근) 이 세사람 말고도 하숙집 주인 딸, 그리고 원상의 옛 여자친구가 영화 끝나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난 이 영화가 남자들과 여자들의 관계에 대한 불합리를 얘기하는 것 같다.
사실 영화 내내 남자들의 고민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안정 속으로 제일 먼저 기어들어가는 사람들은 얍삽한 남자들이다.

하숙집 여자는 어떻게 될까...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원상의 여자 친구였던 매경이는 얼마나 힘겨웠을까... 주인공인 성연은 그렇게 남겨진 채로 또 살아야하는 것일까...

원상과 윤식의 묘한 분위기가 영화 줄곧 이어지는 건 긴장감 있는 일이었으나 결국 둘의 화해(?)와 여자들의 공유(?)로 인한 남성만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에선 참으로 낯뜨겁기까지 했다. 원상이 제 2의 윤식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한국적 현실로 보면 비교적 약자가 열등감을 벗어던지는 순간에 다른 대안의 모습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강자의 대열에 합류해서 잘 배워버리는 모순적 순환고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겨진 세 여자들의 삶은...그렇게 그냥...남겨진 채로...남겨진 채로...

남자의 질투심은 여자들보다 더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나의 경험에 비춰봐도 그랬었던 것 같고... 하지만 그 질투가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느꼈을 때 나의 질투는 무척 부끄러운 것이었고 그래서 고치려고 전환하려고 무척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있었고 간혹 웃기도 했으며 간혹 긴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 영화의 헤드카피가 되었던 '누나, 나도 잘해요...'라는 부분은 다름아닌 중국어 자막 때문에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번역을 할까 궁금.궁금했었는데 직역을 하자면 '침대에서의 쿵푸 정말 짱!이야'라는 식이었으니... 물론 여기에서의 쿵푸는 여러 뜻이 있으니 알아서들 생각하시길...

박해일, 배종옥, 문성근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특히 배종옥은 튀지 않으면서도 사소한 부분의 심리묘사같은 게 탁월하다는 느낌이었다. 문성근은 좀 여우같고...박해일은 조금 투박하지만 좋았다. '살인의 추억'이 슬쩍 겹쳐지기도... 이 영화가 먼저 개봉했으니 '살인의 추억'에서 겹쳐져야 맞는 얘기겠지만...

관계의 흐름과 정체, 사랑의 진실과 거짓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속내를 들킨 것같은 화끈거림을 감수하면서...

잘 살아야지...암~

장을 보러 꾸이린 시장에 갔는데 밑반찬을 뭘로 살까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던 중...
내가 말을 버벅대니 한 아주머니께서 한국말로 '뭘 찾으세요?'라고 물어보신다.
조선족 아주머니다...
반갑기도 하고 내 중국어가 서툴러서 그렇군...하는 마음도 함께 들어진다.
 
가지, 무우조림, 깻잎, 감자볶음 등 많은 반찬들이 있다...
내가 뭘 살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으니 맛을 보라며 음식을 조금씩 주신다...
맛도 있고 좋다...
그래서 이것저것 한아름(?) 샀더니 가격도 깍아주신다.
사실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데...
남정네 혼자 와서 반찬 고르고 하는 게 대견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어머님 덕에 밥 잘먹게 되었네요...감사합니다...'라고 연신 고마움의 인사를 드렸다...
 
굳이 한국말을 하지 않았어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혹은 사람사이의 정...같은 것들...
이런 경우가 되면 난 사실 무척 마음이 들뜨고 행복해지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해하려고(고의가 아니더라도) 속이려고 사는 삶보다
서로 믿고 행복한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장을 보는 중에 중국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빨을 뽑아서 어제, 그제 면만 먹었다고 한다...
내가 집으로 건너가겠다니 오라 한다...
 
가서 친구가 해주는 음식에 밥을 먹으며 가볍게 술한잔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주절주절 얘기를 하는데
잘 들어준다...나이는 나보다 6살 어린데...
이 친구도 삶에 곤란도 있고 어려움이 있을텐데
중국에 와서 공부하는 내가 못내 걱정도 되고 그러나보다...
참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돌아와 집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행복해서 슬프다.
내가 살아가는 것...이 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모두 좋은 분들, 소중한 분들의 힘으로 도움으로 버텨내고 살게 되는 것....
한시도 고마움을 떨쳐버릴 수 없건만... 힘이 부족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잘 살아야지...암...잘 살아야지...

2003년 11월 25일 화요일

연결 불능.

오늘은 일기 쓰기 싫은데...
아니 쓰기 싫은 것보다 하루종일 감각감상이 없었다.
 
생각없이 사는 거...참 괴로운 일이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대해 감각과 감상을 얻어야 깨어있는 것인데
오늘은 무척도 멍한 하루를 보냈다.
 
일기가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건만
다른 특별한 일 없이 살면서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에게도 참 미안한 일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긴 하다.
정리가 잘 안되는 날인가보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그렇고 지금 공부하는 문제도 그렇고
또 지나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도 있긴 하군.
그런데 마음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손에서 자판으로가 잘 연결이 안된다.
 
오늘 연결체계 불능이다.
 
그림을 그려볼까도 했지만 수십 번을 지웠다 다시 그렸다가...결국 낭패다.
 
칼바람이 내 어딘가를 얼려버렸나보다.
전자렌지가 있으면 해동이라도 하련만...
 
깨어있는 삶...필요하구나!

2003년 11월 24일 월요일

영화.

DVD를 몇 장 샀다.
사면서 보니 전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엔 영화, 애니메이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잘 살펴보니 '세계 미술사 여행', '내셔널지오그래픽', '세계 대사건' 등
교양 DVD가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세트로 되어있어서 가격이 좀 비싼 편이긴 하다.
영화 중에서도 아주 오래전에 명화였던 영화들도 보이고...
 
DVD를 사면서 몇 몇 사람들 얼굴이 떠오른다.
이 곳에 와서 이런 풍경을 보면 참 좋아할...몇 몇 사람들...
 
그러고보면 영화를 어렸을 적에는 만화영화만 보고 그랬다가
홍콩영화에 심취했다가 애니메이션과에 들어가면서
명화라 불리는,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들에 아주 조금 눈을 뜨다가
나름대로의 영화 선택 기준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지금은 중국어 공부하는 게 목적이라
졸리는 영화면 도움이 되지 않아 약간은 재미 위주로 골라오긴 하지만서두...
 
중국어가 좀 더 늘어서 자막을 보지 않아도 될 때 쯤이면
여기 중국 생활은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
DVD가 무척 싸니 말이다...
 
DVD를 사와서 플레이어에 넣는 순간부터 조금 흥분과 긴장이 되곤 한다.
어떤 내용일까...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어떤 영상이 나올까...하고 말이다.
물론 요즘은 자막을 되도록 빨리 읽어낼 수 있을까..하는 긴장감이 좀 더 많지만...
 
DVD를 사오는 날이면 왠지 뿌듯해지곤 한다.

2003년 11월 23일 일요일

하루 해가 짧아.



하루 해가 정말 짧은 것 같아...
家教받고 돌아오는 길... 시간은 네 시 밖에 안되었건만 해는 어둑어둑 지고
도로 변에 가로등은 모두 다 켜져있고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은 거리에 가득하고....
 
중국 북방은 해가 짧긴 짧은가 보다.
그러고보니 밤이 무척 길군...
 
아침 해는 늦게, 저녁 해는 일찍...부지런히 움직여야 낮에 일을 다 보겠군...
 
여하튼 너무 짧아...-_-;;;

2003년 11월 22일 토요일

만두 (따뜻한 속...을 가지고 싶어.)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후배가 팝콘을 산다고 잠깐 노점에 들렸는데
그 옆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같은 게 있어서 샀다.
여기에서 말하는 만두(man.tou)인데 한국에서 말하는 만두는 교자(jiao.zi)라 부른다.
내용물은 돼지고기...다...
원래 다른 속도 있나본데 여긴 돼지고기 속만 있다고 그런다.
 
하나에 1원(150원)인데 참 크다.
세 개를 사고 후배도 산다고 해서 두 개 사줬다.



만두를 사가지고 오는데 겨울이 좀 포근해진 느낌이다.
집에 돌아왔는데 아직 온기가 좀 있다.
 
문득 나도 속이 있고 다른 사람들도 다 속이 있을텐데
추워지거나 혹 속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만두는 때론 겉은 그럴듯 한데 속은 별로인 경우도 있고
겉은 별로인데 속이 좋아서 맛있는 경우도 있고 그런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슬쩍 속을 들여다 봤을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언제라도 식지 않고 언제라도 그 느낌을 유지하는...
게다가 나만의 맛을, 향기를 내는 사람이면 더 좋겠지...
세월이 흐르면서 그렇게 지켜가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지켜가고 싶다는 건 다만 욕심일 뿐일까?
 
그래도 난 '따뜻한 속.을 가지고 싶어.'

2003년 11월 21일 금요일

늘...같음(?)

오늘도 눈이 꽤 왔다...
길은 미끄럽고 춥고 학교 다녀와서 면모자(빵모자..)를 사러 갔다.
장갑도 할인을 하길래 장갑도 하나 구입하고...
 
골목골목이 미끄럽다...두번 넘어질 뻔 했다.
천천히 차분히 걸어다녀야지...
 
하루하루가 늘 같은 패턴으로 돌아간다.
하긴 딱히 하는 일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한국에서라면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을 테고
혹은 일을 찾아다녔을 터인데 여기서는 중국어 공부하는 것 빼고는
운동하러 다녀오는 것, 가끔 중국친구들 만나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간단한 애니메이션이라도 만들어볼까..하고 생각도 하게 되는데
노트북이라 그것도 그리 용이하진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플래시는 잘 다루지도 못하고...
스캐너도 없고...흠...나중에 동생이 카메라 사서 보내면 좀 만들어볼까?
그 전에 틈틈이 생각도 좀 하고 그래볼까?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중국어가 더 중요하니 마음이 중국어 공부쪽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게다가 곧 HSK시험이 있으니 시험결과에 신경쓰지 않더라도
연습삼아 시험을 보더라도 공부는 좀 해야겠지...
 
그래도 늘 같은 패턴의 생활이 좀 재미없게 느껴지는 하루다.
 
참 재미와 참 즐거움은 내 스스로의 마음 안에서부터 비롯되는 법...
그걸 알지 못하고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소냐...
내 자신과 대면해서 대화하는 시간을 좀 더 늘려야할까보다.
 
눈이 내리고 추워지면서 전보다 더 일찍 상점들 문을 닫고
사람들도 집으로 들어가기 바빠보인다.
겨울은 겨울이네.뭐...

2003년 11월 20일 목요일

눈 내린 밤.

눈이 내린 학교는 참 이쁘다.
사람 발이 닿지 않은 곳들도 있어서 눈이 새하얗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서 사람들 자주 다니는 인도나 길들은 질척거린다.
눈의 양면성-_-;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저녁에 가로등에 비춰지는 눈 내리는 광경은 또 아름답다.
왠지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고 하고...
 
길을 걸을 때 총총걸음으로 아주 조심조심 걷는다...
택시들, 자가용들 바퀴에 눈 녹은 물이 튈까봐 조심조심 다니고
혹여라도 넘어질까 조심조심 다닌다...
 
그러고보면 내리는 눈을 느끼는 마음 별개, 눈 내린 후 살아가는 걱정 별개다.
 
언제부턴가 추워지면 혹 집 없는 사람들이 생각이 나서
가끔씩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눈, 바람 피할 공간이 없다는 건...정말 가슴아픈 일 아닌가.
...겨울은 사랑과 축복과 기쁨 그리고 슬픔과 아픔이 공존하는 계절인 듯 싶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겨울은 좀 다른 감상을 갖게 한다.
뭐랄까... 한국과 정말 많이 떨어져있다는 느낌?
그리고 혼자 이 곳에서 물 위의 기름처럼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
 
눈도 내리고 점점 추워질텐데...겨울을 잘 보내야겠다고 맘 먹었다.
편안하게 포근하게 겨울을 보내도록 해야지...
 
사람들의 키가 한 뼘씩 작아지고 보폭은 좁아지고
자동차들의 움직임이 5분의 1씩 느려지고 밤은 빨리 온다.
 
정말 겨울이군...

2003년 11월 19일 수요일

請客(칭커) - 손님을 초대하다.

오늘 중국친구들을 집으로 불렀다. 같이 저녁이나 먹자면서...
옌궈, 옌뽀, 규이...이렇게 셋이 왔다.
 
이들이 오기 전에 운동을 하고 장을 볼까 하다가
시간이 좀 빡빡한 것 같아서 장만 보고 들어왔다.
애호박, 표고버섯, 팽이버섯, 대파, 마늘, 계란, 고추장, 쌈장, 귤, 바나나, 멸치, 참치캔...
뭐...여하튼...대충 해먹을 것을 사가지고 왔다.
 
오늘의 주된 메뉴는 된장국이다.
친구들이 생각보다 좀 일찍 와서 좀 서둘러야 했다.
된장국이나 김치찌개는 사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뭐...나름대로 한국음식 맛보라고 해주는 것이었으니...만족한다.
 
된장국과 김치볶음(참치 캔 하나 덜었다.), 군만두...
이렇게 해주고 김치랑 다른 간단한 밑반찬을 내놓았다.
음식이 좀 강하다고 한다.
내 스스로도 느끼지 못한 한국에서의 습관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순간이다.
미안하다하니 맛이 강하지만 맛있다고 그런다...뭐..고맙지...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그럭저럭 알아듣고 말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간단한 한국어를 알려줬는데
시간되면 알려주겠다 하니 자기들이 아는 한국인은 나나, 내 친구..몇 명 안되고
조선족하고도 별로 말할 기회가 없다며 괜찮다고 한다...
듣고보니 쓸 일이 없으면 배울 마음도 없는 법....알았다 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국의 된장이 여기에서 말하는 된장과 같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까먹었다.-_-;;;
그리고 참치는 '진치앙'위라 하는데 금색 총 모양의 물고기란 뜻이다.
만두도 여기에서는 만두란 이름이 한국과 다른다.
한국의 만두는 보통 '지아오즈'라 하고 우리가 말하는 발음과 같은 만두는 '빵'과 같은 모양이다.
군만두도 다른 이름이 있다 하는데 듣고 까먹었다.-_-;;;
저녁과 함께 술을 먹다보니 적어달란 말을 미처 못해서이다. 흠...~~
 
후식으로 귤과 바나나를 먹고 좀 쉬었다가 집으로들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간 지금 느끼는 건
역시 중국어는 멀다! 이다.
지금은 멀지만 앞으론 가깝겠지?^^a

2003년 11월 18일 화요일

속전속결...그리고 0과 無...

난...전쟁을 싫어한다. 아니, 혐오한다.
폭력으로 인한 모든 것 난 싫다. 언어든, 물리적이든..말이다.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언어폭력이나 생활습관으로 일어나는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아니, 있을 것이다....특별히 주의하면서 살고 있다.
아래 글 중에 '전쟁은...'이라고 시작되어서 변명(?)을 먼저 하는 것이다.
 
  "전쟁은 속전속결을 근본으로 삼는다. 오래 버틴다고 잘 싸운 것이 아니라 이겨야 잘 싸운 것이다(故兵貴勝 不貴久). 속전속결은 많은 것을 절약하므로 무엇보다도 신속을 귀하게 여긴다."
 
위의 말은 중국의 여자 재벌 중 하나인 장찬의 말이다.
 
난 속전속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좋지 않다고 배웠다. 천천히 꼼꼼히 일을 잘 처리하는 게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위의 글에서 난 중요한 소득이 있었다.
속전속결은 많은 것을 절약하므로....라는 말이다.
물론 이 말 속에는 모든 일을 대충한다는 말이 아닐 터.
게다가 이 말을 한 이는 상인의 말이다.
 
하지만 일을 제대로 잘 빨리 처리한다면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참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건 나의 나태함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시간 안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왕에 중국에 공부하러 왔으면 좀 빨리 중국어를 마스터(?까지는 아니더라도)하는게 좋지 않나?
 
한국인의 냄비근성이네...빨리빨리 근성이네...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원불교학과를 다닐 때 모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으려 할 때 중요한 건 시간의 문제다.
내생에 깨닫고 영생을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고해의 바다에서 신음하고 있는 중생이 있음을 안다면
한시라도 빨리 깨달음을 얻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결국 깨달음도 시간 싸움이다...!!!'
 
난 이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고 멍하기도 했다.
깨닫는 데는 각자의 근기(깨달을 수 있는 정도?)가 있고 여러 정황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스스로 하기 나름인 법...
난 결국 그 말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비교적 맞는 말이지만
한시라도 빨리 준비해서 도움을 주지 않으면
그 누군가는 평생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꼭 누군가가 아니어도 좋다. 그 대상이 나 자신이라 할지라도....
 
결국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고
그 시간 동안에 내가 얼마나 빨리 알아가는 가가 중요한 문제 아닌가...
 
승인! 노력할지어다....
 
또 하나...어제 읽었던 글 중에서 나를 자극하는 또 한 마디...
 
  "그 말은 특별히 좋은 충고였다. 모든 일이 순풍에 돛단배처럼 잘 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0에서 다시 출발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최고로 강한 숫자는 0이고 강한 한자는 無자다. 0과 無, 이 앞에 더 이상 그 무엇을 두려워하랴!"
 
0과 無는 강한 숫자이며 강한 글자라는 것.
늘 준비하고 산다면 두려울 건 없는 법.
 
얼마전에 생각했던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 역시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라도 다시 출발한 각오가 되어있다면...
난 두려울 게 없을 터.
 
...지금 시작이다!!!

2003년 11월 17일 월요일

我相信努力的结果 - 난 노력의 결과를 믿는다.

'...即使十分艰难,却毕竟是可以实现,可以克服,我相信努力的结果,也应该正视努力的过程.'
 
중국친구가 매일을 보낸 내용 중 한 부분인데
그 친구가 어제, 그제 양일간 시험을 치며 느꼈던 감상이다...
 
해석을 해보자면...
'설령 무척 어려울지라도 마침내는 실현될 것이고 극복해낼 수 있다.
나는 노력의 결과를 믿는다. 또 마땅히 노력의 과정을 주시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요즘 내가 좀 게을러진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그런지
이 친구의 저 문구가 가슴을 콕콕 찌른다.
요즘의 난 마치 산을 오르지 않고 산 정상에 올라 멋진 풍광을 보고 싶어하는 얄팍함이랄까?
노력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실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인데 말이다...
 
스스로의 노력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혹은 지지부진 하더라도
그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정면으로 바라보며 스스로를 독려하지 않으면
사실 노력의 결과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결과는 결국 노력이라는 원인의 산물이 아닌가.
스스로의 실력 고하의 여부를 떠나서 노력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물론 노력에 대한 댓가는 단기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그렇게 믿는다.
 
고등학교 때 건, 대학교 때 건 반복학습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학을 시작하면서는 그 '반복'이란 걸 실감하게 된다.
어학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습관은 반복에서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고...

2003년 11월 16일 일요일

사람...사람...

어제 저녁 늦게 중국친구들을 만났었다.
 
옌궈와 그의 친구들...이동, 치앙궈신..이 둘은 대학동기라 한다.
대학교 시절 한 숙소를 쓴 친구들인데 한 방엔 모두 8명이 생활했다 한다.
보통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작해 가장 나이가 어린 순서로 8명을 정한다고 한다.
 
한국과 참 다른 사실은 중국애들은 태어난 달(月) 차이로 형, 동생을 나눈다고 한다.
한국은 보통 年단위로 위,아래가 구분되는 반면
이 친구들은 한달만 먼저 태어나도 형이 된다고 한다.
하긴 밥이 몇 그릇인데 일리가 있다.
 
옌궈가 날 형이라고 부르고 그래야 하는데 자꾸 그게 버릇이 안되서 미안해한다.
중국에서 지내면 중국사람들 습관을 따라야하지 않냐면서 괜찮다고 했다.
 
옌뽀(옌궈의 여자친구)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남정네들은 나가서 술과 음료수를 사왔다.
옌핑(옌뽀 여동생)은 컴퓨터로 드라마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약대를 다니는 아인데 여기 약대는 3년제고 졸업 후엔 (당연히) 약방에 취직한다고 한다.
 
저녁과 술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1. 이 친구들은 중국어가 번체자에서 간체자로 바뀌어 가는 게 싫다고 한다.
간체자는 문화대혁명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것이라 하는데
모택동을 국부로 생각하긴 하지만 그의 업적 중 70%는 잘했고 30%는 잘못했다고 생각한단다.
그 중 하나가 번체자에서 간체자로 바뀐 것인데
원래 한자는 한글자 한글자마다 뜻과 모양이 담겨져 있는데
그게 사라지면서 생각도 점점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2. 중국 각 지방 사투리에 대한 얘기였는데 역시 사투리는 이 친구들에게도 재밌고 낯설고 그런가보다.
특히 남방에 가면 거의 얘기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래도 동북 3성의 발음이 표준에 가깝다고 한다. 자기들 고향이라 그런가?
본인이 혹은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한참을 웃었다.
나보고 여기에서 배운 방언은 절대로 다른 지역에서 통하지 않으니 말하지 말라 한다.^^
 
3. 사회주의가 좋으냐, 자본주의가 좋으냐는 질문에
일반 서민들은 그런 이념, 주의에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잘 먹고 잘 살면 어떤 것이라도 좋지 않느냐고 한다.
하긴...어떤 주의, 이념이든 사람이 사람답게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근본목적이니...
자본주의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와 또 북한의 사회주의의 잘못된 점들을 얘기하길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장점들만 잘 골라서 섞여지면 좋겠다고 그랬다.
 
4. 옌궈는 내가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회사(개인)를 만들어서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돈도 잘 벌기를 기원해줬다.
3년 안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올 거라면서
기회는 3년 안에 만들고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도 해줬다.
 
5. 언제 나보고 한국음식 한 번 해보라 한다.
할 줄 아는 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미역국 등 단순한 것 밖에 못하는데...흠..
그리고 혼자 밥해먹기 번거롭거나 귀찮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자기 집에 와서 함께 밥을 먹자고 그런다...그럼..고맙쥐...
 
뭐...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1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굳이 자고 가라는 걸 그 친구들이나 나나 서로 불편할 듯 해서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문득 한국친구들과 한국말로 대화하고 돌아오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면서 기분이 좀 묘하더라...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고 공부해가는 결실을 조금 맛보는 건가?
내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는 좀 게으른 탓이 있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조금씩 상대방의 말이 들리고 이해가 될 때는 함께 웃으며 즐겁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
지아지아오 받고서 중국에서 알게 된 한국인 여동생이 있는데
그 친구가 무슨(?) 대학 한국어과 학생 한 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인데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중국어도 좀 배우면 좋을 것 같다고...
그래서 흔쾌히 승락을 했다.
 
오늘은 학교에서 으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길이 너무 익숙해져서 마치 한국의 어떤 동네를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게 그렇네....

2003년 11월 15일 토요일

말.

한 며칠 먹을 음식을 사러 꾸이린루에 있는 시장엘 갔다.
원래 대형마트에 가서 샀었는데
사실 대형마트가 진열은 잘 되어 있어도 시장보단 조금 비싼 편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사는데 자꾸 나보고 조선족이냐고 묻는다.
역시 중국어하는데 티가 많이 나긴 나나보다.
중국사람들과 비스하게 얘기를 하려면
정말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중국에서 생활해야 할까...
 
하긴 한국에서 가끔 T.V로 보는 미즈노, 이한우 등과 같은 외국인도
곧잘 사투리며 많은 어휘력을 구사하긴 하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 들어도 뭔가 다른 느낌을 받기 마련이니...
 
중국친구는 말을 할 때 되도록 빨리 하라고 충고한다.
말이 틀리는 것, 그리고 어법이 맞지 않는 것은
차츰차츰 고쳐가면 될 터이고
또 일반적으로 회화에서는 어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말을 천천히 하면 자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은 말이나 글에 쉼표가 별로 없다.
그러니 말을 되도록 빨리 하는 연습을 하면 좀 더 빨리 실력이 늘 것이라 한다.
간단한 문장부터 빨리 하는 연습을 해야지...
 
사실, 말을 빨리 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한국어로 말을 할 때도 난 그렇게 말이 빠른 편이 아닌데...
 
언젠가는 시장에서 장을 볼 때 같이 농담도 하고
물건 값도 흥정하면서 내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헷갈리게 하는 날이 왔으면
참 좋겠다.^^

2003년 11월 14일 금요일

무거운 바람.

낮에 학교에 가는데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이 무거운 몸이 바람에 날려 날아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나가기도 버겁게 바람을 뚫고 다녀왔다.
 
바람이 쉬이 그치질 않는다.
하늘을 보면 눈이라도 금방 쏟아질 색깔인데...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것 빼고는 날씨는 무척 온화하다.
겨울에 이렇게 포근한 날씨일 경우
곧 눈이 쏟아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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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电影行动(영화행동)' 이라는 DVD를 봤다.
한국에 있을 때 기사로 접했던 건데
홍콩에 한창 사스가 왕성하게 활약을 할 무렵
홍콩 정부에서 유명한 감독들에게 단편을 제작해줄 것을 부탁했었다.
그래서 두기봉, 서극, 주성치, 진가상 진가신, 유위강 등 15명의 감독들이 참여했다.
배우로는 유덕화, 유청운, 양조휘 등 유명배우들도 등장을 한다.
 
그렇게 해서 홍콩 홍보 비슷한 단편영화들이 제작이 되었는데
원래의 의도는 사스때문에 홍콩을 기피하는 일이 없이
사스퇴치에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광객들이 다시 홍콩으로 와줬으면 하는 취지였단다.
그런데 감독들이 심각하고 무겁게 만들지 않고
재밌고 코믹하게 만들면서 사스라는 내용은 슬쩍슬쩍 비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보고 있으니 참 재밌다.
 
마침 한국에서도 '6개의 시선'이라는 단편 옴니버스 영화가 상영된다는 데
인권위원회에서 제작을 하는 것이라 알고 있다.
 
영화가 애니메이션이 무거운 주제도 다루기도 하고
일반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여러 장르를 섭렵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공익적 차원, 혹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사람들 의식의 흐름을 견인하는 차원의 영화들도 종종 제작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물론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가볍게...
그러면서 할 말은 하는...
 
그러고 보니 난 참 무겁고 경직되어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어떻게 노력하면 좋을까?

2003년 11월 13일 목요일

태엽

전에 알람시계가 필요해서 하나 샀는데
이 시계는 태엽을 감아줘야만 시계가 움직인다.
건전지도 필요없고 태엽만 감아주면 된다.
그 태엽의 수명은 약 하루다.
알람이 울리게 되면 태엽이 좀 많이 풀리게 되어서 그렇기도 하다.
 
매일매일 태엽을 감아주는 건 불편하기도 하고
또 시계가 조금씩 빨리 간다는 단점도 있지만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을 때
나에게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한편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다.
 
나는 몇 번을 감아주고 조여줘야 하루를 살아낼까.
내 마음이란 게 그리 현명하거나 부지런하지 못해서인지
정말 자주자주 조여주고 챙겨주지 않으면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풀리고 마는데...
 
태엽이 작으면 작을 수록 한 번 감았던 게 빨리 풀리고
크면 클수록 천천히 풀리는 건 당연한 법.
육근동작 한 번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크기로 돌리느냐따라
참 많은 것이 변화하고 바뀔 것만 같다.
 
감고 또 감고....다 풀려서 움직이지 못하기 전에 또 감고....
지속적으로 깨어있음은 늘 그만큼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2003년 11월 12일 수요일

미래는 예측불허.

미래는 예측불허, 그래서 인생은 의미를 갖는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대사라 한다'
아는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일에 적혀있었다.
나의 중국생활이 힘들지 않기를 바라시면서...
 
언제나 그렇지만
과거는 과거대로 내가 답보해온 결과의 흔적들 있지만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미래대로 내가 가야할 길에 대한 정해지지 않은 가능성 있다.
 
그러나 과거는 반조하며 현재의 삶을 좀 더 잘 살기 위한 디딤으로 삼으면 된다.
미래는...?
그래, 예측불허지. 그게 불안할 때도 있고 조급증을 불러 일으킬 때도 있지.
모르기 때문에 막 살아도 무슨 상관이냐 할 때도 있었고
만약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랬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기 때문에 인생에 의미가 있다는 말은,
그 말 자체로 삶의 역동성을 표현하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때론 현재,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어렴풋하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정확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현재 모습에 대해 그리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불허인 미래를 내가 원하는 무엇으로 채워가고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지금이, 그리고 지난 날들이 또 앞으로의 날들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생은....
...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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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만나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도 가능하지만 때론 그렇게 되지도 않는 법.
변하는 상황 속에서 변해가는 마음들의 오고 감에 따라서
쉽지 않은 줄다리기 속에서 조금씩 마음의 키가 자라는 건, 그걸 느끼는 건...
즐거운 일임엔 틀림없지만
그 모든 일엔 또다른 흔적이 남고 아픔도 수반되는 것...
점프!하기 위해 오늘도 바쁘지만 멈추는 때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오늘은 이 깊다.
....도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