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돌아보니
2003년 한해는 정해진 일없이 직장없이 근근히 버텨냈던 1년이었다.
1월에 춘천 박물관 애니메이션 만들고
양재동 사무실 나가서 동생들 모아서 애니메이션 만들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고
뮤지컬 애니웨이 기획한다고 매주 학교가서 회의하고
아는 분 소개로 책표지 디자인 한 건 하고
부산 국제영화제 로고 필름 만드는 일 처음만 참여하다가 그만두고
음..또 무슨 일이 있었나...
어쨌든 금전적으로도 풍족하지 못했고
진행되는 일마다 좋은 마무리가 생기지 않아서 그리 흡족하진 못했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다가, 겪고나서 중국에 와서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힘든 것은 힘든 것이로되 그 힘든 것에 그렇게 많이 매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 와서는 한국에서보다 활동력도 떨어지고 하는 일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바쁘고 공부하고 지냈던 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사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잠깐의 시간만이 흘러간 듯한 느낌들...
때론 버겁게 채워넣기도 한 '하루의 기록'만 개근을 했지만
지난 4개월 여의 시간동안의 지난 흔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년에 내가 살아야 할 모습도 보이고
지금의 내가 변해가야 할, 지켜내야 할 것도 보인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그리고 또 하루를 맞이한다.
하루가 바뀔 때마다 늘 신선한 생각, 새로운 태도로 거듭될 수 있길 바란다.
내 아는 모든 인연들, 알지 못하는 인연들...
모두모두 건강하고 의연한 삶이 되기를...
작은 행복, 큰 행복 골고루 누리면서
아픔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도 갖춰가기를...
전쟁이 빨리 끝나고 부정부패하는 공무원들, 국회의원들 정신차리고
서민들이 평범한 소시민들이 열심히 살아 참 노동의 댓가를 아는 세상이 오기를...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시기와 질투, 반목보다는 평화와 화해와 이해가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게 너무 꿈같긴 하지만 이런 꿈이 정말 실현될 수 있는 날이
되도록 빨리 오기를...바라며...
2003년의 마지막 날 문닫이를 한다.
2004년 문열이 준비해야지.